경쟁업체 이직하며 핵심 기술 빼돌린 임원 '실형'
냉난방시스템 업체 전 상무에 징역 1년 6월…법원 "공정 경쟁 저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문성호 판사는 자신이 임원으로 있던 냉난방시스템 업체의 핵심 기술을 빼돌려 경쟁사로 이직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기소된 김모(5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사는 친환경 기술인 복사 냉난방시스템 시공에 필요한 독자적 기술을 개발해 국내 시장을 선도해왔다. 2010년 상무로 승진한 김씨는 이 회사의 기술 총책임자로 기술개발·관리 업무를 총괄해왔다.
하지만 A사가 김씨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인물을 영입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김씨는 같은 해 4∼5월 기술연구소 사무실에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기술부·기술영업부 직원들의 개인 폴더를 무단으로 복사했다. 김씨가 빼돌린 자료에는 도면과 시뮬레이션 자료, 가격정보 등이 포함돼있었다.
또 김씨는 같은 해 6월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외부 웹하드에 올리다가 전산실 소속 직원에게 적발되자 되레 이 직원에게 "회사 다니기 싫으냐"고 위협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10월 A사를 그만둔 김씨는 12월 경쟁업체인 B사의 부문장(상무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는 이직 과정에서 자신이 지닌 정보를 강점으로 내세워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판사는 "그룹의 신뢰를 받던 피고인이 경쟁업체에 중요 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에서 임무 위배정도가 무겁다"며 "경쟁사로 주요 기술 정보를 유출하는 범죄는 자본주의체제 근간인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만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박 판사는 김씨가 빼돌린 5개 파일에 적용된 영업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파일에 비밀이라고 인식할 만한 표시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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