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캐나다 여자빙구 슐러 감독 "코치로는 정상에"
선수시절 1998 나가노 은메달 '한풀이'…세계최강 캐나다 대표팀 끌고 5연패 도전
여자대표팀 창설 멤버…남자팀서 뛰다가 쫓겨나고, 리그 없어 알바해야 했던 시절도
(평창=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올림픽에서 치러진 5번의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최근 4회 연속 웃은 캐나다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당연히 5연패와 왕좌 수성에 도전한다.
그 중심에는 20년 전 사상 첫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분패했던 기억을 안은 로라 슐러(48) 대표팀 감독이 있다.
9일 평창올림픽 정보제공사이트 '마이인포 2018'에 따르면 슐러 감독은 세계 여자 아이스하키의 선구자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
슐러 감독은 특이하게도 10살 때 팀에서 쫓겨난 경력을 가졌다. 남자팀에서 뛰다가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는 "내 친구들과 놀고 싶었을 뿐이었다"며 "그때는 많이 어려서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슐러 감독은 팀이 속한 리그의 득점 선두였다.
슐러 감독은 여자팀으로 옮겨 계속해서 하키 스틱을 잡았다. 이때는 나잇대가 맞는 팀이 없어 3∼4살 많은 선수가 있는 팀에서 뛰었다.
항상 두각을 드러낸 슐러 감독의 기량은 꾸준히 발전했다. 1990년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창설됐을 때 그도 발탁됐다. 캐나다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슐러 감독은 "내게는 첫 번째 캐나다 여자대표팀이 생겼다는 것조차 매우 특별했다"며 "모든 꼬마는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품지만, 여성으로서 그 꿈이 이뤄지리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으므로 그게 실현됐을 때는 정말 마술처럼 특별했다"고 회고했다.
현재 캐나다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프로 리그에서 뛴다. 슐러 감독이 선수 생활을 하던 1990년대에는 선수들이 직업을 따로 구해야 했다고 한다.
슐러 감독은 "당시 동료 선수들은 대표팀 활동 때문에 직장을 잃기도 했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은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처음 도입되면서 여자 선수들도 마침내 올림픽 무대로 진출했다.
슐러 감독이 포함된 당시 캐나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미국에 1-3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슐러 감독은 "1998년에 당연히 다른 색깔(의 메달)을 원했기에 실망스러웠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부터 2014년 소치 대회에 이르는 이후 네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매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중 세 번은 미국을 2위로 몰아내고 통쾌하게 설욕했다.
슐러 감독은 세계선수권 금메달 세 개를 수집했지만, 1998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기에 올림픽에서는 후배들의 질주를 곁에서 지켜봤다.
마이인포에 따르면 슐러 감독은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표팀 감독이 된 인물이다.
슐러 감독이 선수로 못다 이룬 꿈을 감독의 자리에서 이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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