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스로 '바른인권위원회'라 칭한 종교단체

입력 2018-02-08 16:12
[기자수첩] 스스로 '바른인권위원회'라 칭한 종교단체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지난 2일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주도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다른 지방자치단체 산하 인권위원회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기독교단체는 인권조례 폐지에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충남 바른인권위원회'라는 이름의 단체는 오는 13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조례 폐지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 단체는 기독교계에서 만든 조직으로, 지방자치단체마다 운영 중인 인권위원회와는 다른 단체다.

인권위원회는 인권조례를 제정한 전국 16개 시·도가 조례에 근거해 관련 정책을 만들고 인권실태 조사와 인권 교육 등을 하기 위한 기구로, 민간 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인권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단체가 임의로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명칭이 '바른인권위원회'여서 처음엔 인권조례에 찬성하는 단체인 줄 알고 헷갈렸다"며 "천안·아산지역 기독교단체에서만 그런 이름을 사용하는데, 등록을 하지 않고 임의로 쓰고 있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 '바른인권위원회'라 칭하면서 기존 인권위원회가 '그른 인권위원회', '나쁜 인권위원회'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심지어 충남인권조례를 '나쁜 인권조례'라고 이름 붙여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이러 저런 이유로 인권조례는 나쁘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인권조례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민주주의형 의사결정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합리적인 근거를 통해 갈등을 줄여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로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만 메아리치는 순간 전체주의의 망령은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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