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머리 감독, 단일팀에 '패스트푸드 금지령'
북미리그에서도 기름지고 영양가 떨어지는 패스트푸드는 금지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선수촌 내의 맥도날드 매장은 올림픽 기간마다 각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공짜를 좋아하는 건 만국 공통인지라 식사시간이 되면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기 일쑤다.
올림픽 때마다 인기를 독차지해온 맥도날드 매장은 그러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에게는 금단 구역이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단일팀 선수들에게 '패스트푸드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 선수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경기가 끝나면 햄버거, 피자, 감자튀김, 초콜릿을 쌓아놓고 먹었다.
아이스하키는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라 잃어버린 열량을 보충하려면 고열량 음식을 몸 안에 채워 넣어야 한다고 믿었다.
2014년 9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머리 감독은 이러한 모습을 처음 보고서는 질겁했다.
그는 곧바로 선수들에게 햄버거, 피자는 물론이고 라면과 탄산음료를 일절 못 먹게 했다.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에게 유기농 식단을 권장했고, 만약 패스트푸드를 먹다가 들킨 선수들은 머리 감독에게 단단히 혼이 났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과거 정몽원 회장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머리 감독의 눈치를 살피며 콜라를 시킬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안 시키더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북미리그에서는 기름지면서도 영양가가 떨어지는 패스트푸드를 선수들에게 절대 못 먹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는 선수들도 굳이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를 피한다.
다만 훈련 기간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머무는 미국 출신의 귀화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에게는 유혹을 참기가 쉽지 않은 모앙이다.
그리핀은 "머리 감독은 게임이 모두 끝나는 20일 이후로는 먹고 싶은 건 뭐든지 먹으라고 했다. 그전까지는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참고 경기에 집중하라고 했다"면서 "게임이 모두 끝나면 당장 맥도날드로 달려갈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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