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 건물주 첫 공판…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 안전관리 부실로 재판에 넘겨진 건물주 측과 검찰이 첫 공판부터 신경전을 보이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8일 오전 청주지법 제천지원 2호 법정에서는 형사부(신현일 부장판사)의 심리로 불이 난 건물 소유주 이모(53)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씨는 스포츠센터 건물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지난해 12월 21일 화재 당시 수많은 사상자가 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로 구속기소 됐다.
조사 결과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고, 배연창이 막혀 있는 등 불이 난 건물은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고 할 정도로 소방시설이 허술했다.
특히 20명의 희생자가 나온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는 철제 선반이 가로막아 화를 키웠다.
이씨는 9층을 직원 숙소로 개조하면서 천장과 벽을 막은 혐의(건축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화재 피해 방지 의무가 있는 건물주가 소방점검 대행업체로부터 스프링클러 등 37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사실 관계와 평가 부분이 혼재해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추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건물 관리인 2명이 기소되면 재판이 병합돼 심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을 참관한 한 유가족은 방청석에서 "29명의 희생자 영혼이 자유롭게 저세상에 갈 수 있도록 참사를 일으킨 건물주를 엄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8일 오전 10시 50분 같은 법정에서 2차 공판을 열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검찰은 이씨 외에도 건물 관리인 2명과 2층 여성 사우나 세신사, 1층 카운터 여직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속된 건물 관리인 2명은 사고 당일 건물 1층 천장에서 얼음을 녹이는 작업을 했는데, 이후 50분 만에 불이 시작됐다.
검찰은 이들이 화재의 단초가 된 작업을 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세신사와 카운터 여직원은 손님들의 구호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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