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체포에서 ATM이용까지…중국 일상된 '안면인식 기술'(종합)

입력 2018-02-08 15:40
범인체포에서 ATM이용까지…중국 일상된 '안면인식 기술'(종합)

中정저우 경찰 '스마트 안경'으로 지명수배범 체포

'사생활 침해 우려' 제기 안돼 기술 급속발전

"중국정부의 권한 강화·반체제 인사 감시용" 비판도



(홍콩·서울=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한상용 기자 = 경찰의 용의자 체포에서 길거리 현금자동인출기(ATM) 이용까지 안면인식 기술이 중국의 일상생활로 파고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경찰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맞아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안경'을 전면 도입했다.

올해 중국의 설 연휴 특별수송 기간(春運·춘윈)은 2월 1일부터 3월 12일까지 40일간으로 이 기간 중국 전역의 귀성·귀경객 수는 30억 명에 달한다. 이 기간 소매치기, 뺑소니, 절도 등 각종 범죄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에 정저우시 경찰은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경관들을 기차역 입구 4곳에 배치했다. 이 경찰이 안경을 쓴 채 군중을 훑어보면 5m 거리에서 2∼3초 내에 지명수배범 등의 얼굴을 인식해 체포에 나설 수 있다.

셰위쿤 경관은 "종전처럼 다가가서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경찰서에 데려갈 필요가 없다"며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하면 스마트 안경이 사진을 찍은 후 경찰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지명수배범 등을 곧바로 색출해 낸다"고 말했다.

이달 초 스마트 안경을 도입한 정저우시 경찰은 벌써 인신매매범, 뺑소니범 등 7명의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가짜 신분증을 제시한 26명도 적발했다.

치안뿐 아니라 안면인식 기술은 유통, 금융, 여행 등 중국인의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KFC에 적용됐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百度)는 베이징 공항의 탑승권 수속에 적용할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초상은행은 지난해부터 ATM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카드 없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철망을 운영하는 상하이시는 앤트 파이낸셜과 손잡고 시 전역의 지하철역에 음성·안면인식 기기를 설치했다. 승객들이 티켓 판매기에 음성으로 목적지를 말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경로를 말해주며, 승차장 입구에서는 안면인식으로 승객들을 식별한다.

중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숙박공유업체 샤오주(小猪·Xiaozhu)는 숙박객이 몰리는 춘제를 맞아 안면인식 기술로 고객을 식별하는 '스마트 록'을 도입했다.

중국에서 이처럼 안면인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미국 등 서구 사회처럼 사생활 우려가 제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구글 글라스'를 개발했으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자 2013년 안면인식 기능을 구글 글라스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반면 사회 통제와 치안에 우선순위를 두는 중국 정부는 2015년 13억 중국인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90% 정확도로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SCMP는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망이 2020년부터 구축되면 국가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며 "자율주행, 금융, 소셜미디어, 의료 등에 두루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스마트 안경' 보급으로 인해 국민 사생활이 위협받거나 언로가 봉쇄되는 등 기본권 침해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서방언론 매체들은 중국 권위주의와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틀어쥔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앰네스티의 중국 연구원 윌리엄 니는 안면인식 기술이 범인 체포에 유용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 지도부가 그 기술을 반체제 정치 인사 감시나 소수 민족에 관한 정보 축적을 더욱 쉽게 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윌리엄 니는 이어 "안면인식 기능이 장착된 안경을 모든 경찰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성은 결국 중국을 어디서나 감시가 가능한 감시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또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선두 주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는 중국인들에게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기적으로 상기시킨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은 그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감시카메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중국에서는 CCTV 1억7천 만대가 이미 가동 중이고 앞으로 3년 안에 약 4억 대의 CCTV가 새로 설치될 예정이다. CCTV 다수는 안면인식 기술을 포함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스마트 안경' 개발 회사인 중국 LL비전(LLVision)사는 이 기술의 응용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의 CEO 우페이는 자사가 작업장이나 기업 행사에서 인식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 모델을 팔고 있다며 "그것은 당신이 어디서나 체크를 가능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우페이는 이어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고객들을 점검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안면인식 기술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sahn@yna.co.kr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