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논란 미얀마군 아태 연합훈련 참여에 비난 쇄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올해로 37회째를 맞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다국적 연합훈련인 '코브라 골드'(COBRA GOLD)에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일으킨 미얀마군이 초청된 데 대해 미국 의회 등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13일 태국 촌부리주 사따힙 항구 일대에서는 '코브라 골드 2018' 훈련이 시작된다.
코브라 골드는 미 태평양사령부와 태국군사령부 공동 주관으로 해마다 열리는 다국적 평화유지활동 훈련으로, 올해는 규모가 사상 최대로 커졌다.
미국, 태국,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등 9개 훈련 참가국에서 함정 6척, 상륙장갑차 34대, 항공기 86대, 병력 1만700여 명이 참여한다.
특히 2014년 태국의 군부 쿠데타 이후 민정 이양을 압박하면서 훈련 참여 규모를 줄여왔던 미국은 참가병력 규모를 지난해 3천600여 명에서 올해 6천800여 명으로 대폭 늘렸다.
문제는 영국, 호주, 프랑스 등 20여 개 훈련 참관국 가운데 미얀마가 포함된 것이다.
앞서 태국군은 지난해 12월 코브라 골드 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의 옵서버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군은 지난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습격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서부 라카인 주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였다.
소탕전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69만 명에 육박하는 국경 이탈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들은 또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이 학살, 성폭행, 약탈, 방화를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런 주장을 근거로 미얀마군의 작전을 '인종청소'로 규정해 비판하고 관련자를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미 의회에서는 미군이 주도하는 코브라 골드 훈련에 이런 미얀마군이 참여하는 데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전날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간단히 말해서, 인종청소에 연루된 군대가 미국군과 함께 훈련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우리는 버마군(미얀마군)을 보호하는 '처벌면제의 틈새'(impunity gap)를 막아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의 패트릭 레이히(버몬트) 의원도 "극악무도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국군 측은 이런 미얀마군을 훈련에 초청한 데 대해 '정치와 군 훈련은 무관하며 훈련은 인도주의적 구조훈련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 국방부도 미얀마군의 훈련 참여는 태국군의 의지였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는 미얀마군의 훈련 참여를 용인한 미국 정부를 겨냥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 담당 국장은 "만약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했다면 그들(미얀마군)은 초대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다"라며 태국군의 초청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해명은 비난을 피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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