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백두혈통' 김여정 방남에 남북관계 긍정역할 기대감
靑 관계자 "올림픽·남북관계 성의있게 임한다는 의미"
이방카 방한에 더해 평창올림픽 '집중도' 커진 것도 호재
면담 성사 시 '비핵화' 등 직접 언급 가능성에는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7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보낼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포함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의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은 물론 이를 계기로 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고 향후 남북대화 분위기의 발전에도 중요한 전기가 되리라 판단하는 모습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평창동계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청와대의 반응은 북한의 김 씨 일가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이 남쪽 땅을 밟는 첫 사례인 만큼 남북관계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혼자 오는 것보다는 김여정 부부장에 훨씬 비중이 있는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우리와 대화할 때도 무게감 있는 주제가 오가지 않겠나"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올림픽뿐만 아니라 남북대화에도 성의있게 임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 간 면담이 성사된다면 남북 정상 간에 간접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의중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수정권에서 사실상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정권 초기 남북 간 소통채널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던 점을 고려하면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은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설득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청와대는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이 평창동계올림픽의 흥행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평창에 들르는 기간이 겹치지는 않지만 북미 정상의 혈연이자 각국 권력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인사들이 모두 올림픽에 들른다면 이 역시 세계의 이목을 끌 확률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으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읽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면담이 성사됐을 때 비핵화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이번 만남이) 첫발을 떼는 건데 비핵화 문제는 어떻게 보면 가장 끝에 있는 문제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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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북한의 실세를 만난다 하더라도 남북문제에서 문 대통령의 최종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그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뜻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여론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때마다 강경한 어휘를 사용해 이를 비판하며 핵무장 의지를 강조했던 것을 고려하면 성급한 접근은 무르익고 있는 남북대화 분위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방문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 등 북미 간 접촉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개회식 전 대표단 초청 리셉션 행사에서 정부가 김여정 부부장과 펜스 부통령을 만나게 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나'라는 물음에 "양 당사자가 있는 문제여서 저희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양측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도록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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