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단일팀 박윤정의 미국 동생 "모든 추억에 언니 있어"

입력 2018-02-07 14:21
[올림픽] 단일팀 박윤정의 미국 동생 "모든 추억에 언니 있어"

언니는 한반도기, 동생은 성조기 달고 평창올림픽 출전



(강릉=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매지만 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친자매 이상이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7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공식 훈련을 했다.

미국 대표팀의 공격수 한나 브랜트(25)의 언니는 바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수비수 박윤정(26·미국명 마리사 브랜트)이다.

박윤정은 미국 입양아다. 박윤정은 1992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미국 미네소타 주로 입양됐다. 박윤정은 그곳에서 '마리사 브랜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또 하나, 박윤정은 그곳에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사이가 된 금발 머리 여동생인 한나를 얻었다.

한나가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올림픽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되면서 언니는 한반도기, 동생은 성조기를 달고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는 영화 같은 스토리가 완성됐다.

입양아 출신인 박윤정과 비록 핏줄은 다르지만, 마음으로 이어진 한나는 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꾸밈없이 털어놨다.

훈련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한나는 "내 아이스하키에 관한 추억은 모두 언니와 관련돼 있다"며 특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나는 "유년 시절 우리는 항상 함께 다녔다. 같은 아이스하키팀에서 함께 원정 경기를 다녔고, 라커도 서로 옆자리를 썼다. 언니와 나는 함께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는 항상 같은 팀에서 즐겁게 아이스하키를 했다"며 "내 아이스하키에 관한 모든 추억에는 언니가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표팀이 먼저 입촌한 상황에서 단일팀이 지난 5일 새벽 강릉선수촌에 도착하면서 자매의 재회는 성사됐다.

한나는 "언니가 선수촌에 도착한 첫날에 만났다"며 "이곳에서 언니를 만나게 돼 정말로 흥분됐다"고 했다.

그는 "언니는 2년 전 한국에 온 뒤부터 이곳과 사랑에 빠졌다"며 "언니는 언제나 그녀의 문화적 뿌리를 찾길 원했고, 한국 대표팀에서 몇 년간 뛰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어 보였다"고 했다.

북미 여자 아이스하키 2부리그에 속한 구스타부스 아돌프스대학에서 4년 내내 선수로 뛴 박윤정은 대학 졸업을 앞둔 2015년 한국 대표팀 제의를 받으면서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물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윤정도 다른 미국 입양인들처럼 남과는 다르게 시작한 인생의 첫 단추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한나는 "언니가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약간은 주저했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지만 나는 그때 언니가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언니가 해내서 기쁘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위스, 스웨덴, 일본과 B조에 속해 있다. 미국은 캐나다, 핀란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단(OAR)과 A조에 속했다.

단일팀이 참가 8개국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 데 반해 미국은 세계 랭킹 1위로 이번 대회에서 캐나다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단일팀과 미국의 대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나는 만약에 만나게 된다면 봐주는 법은 없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매지만 여기는 올림픽이다. 우리는 팀 대 팀으로 싸우는 것이다.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자매의 부모인 그렉·로빈 브랜트 부부는 오는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입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는 언니와 단일팀에 관해서 얘기 나눠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도 궁금해서 물어보긴 했고, 약간은 대화를 나눴다"며 "내 생각에 단일팀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본다.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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