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기대 대북제재 여파…금융망 막혀 기금전달 차질"

입력 2018-02-07 11:29
"평양과기대 대북제재 여파…금융망 막혀 기금전달 차질"

"학교운영 타격, 학생들 영문 모르고 낙담…식량·연료·전기 공급도 어려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미국 정부의 여행 금지 조치로 인해 미국인 교수진의 방북길이 막힌 평양과학기술대학이 대북제재의 여파로 금융망이 막히면서 기금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식량 및 연료, 전기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6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재미교포인 전유택 평양과기대 총장은 이날 워싱턴DC의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에서 '평양과기대:변화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제자리 찾기'라는 주제로 마련된 토론회에서 "여행 금지와 제재는 정말로 우리에게 큰 문제"라며 "학교운영의 거의 모든 측면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평양과기대는 교수진의 65%가량이 미국 국적이었으나, 지난해 9월 1일 자로 발효된 미국 국무부의 여행 금지 조치로 이들 미국 국적 교수들의 방북도 불허되면서 수업 중단에 위기에 몰린 바 있다. 현재 이 학교 및 중국 자매 학교의 졸업생 출신 등의 지원으로 70% 정도가 충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총장은 "우리 학교는 제재의 대상이 아닌 만큼, 기금 모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나 문제는 전달의 수단이었다"며 "모든 은행이 우리와 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써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제재와 여행 금지가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 총장은 또한 "식량과 연료, 전기와 같은 물질이 제재 때문에 영향을 받아 악조건 속에서 살아야 한다"며 "그러나 학생들을 포함, 이곳 사람들은 워낙 오랫동안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불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매우 낙담해 있는 상태"라며 "여행 금지와 제재가 해제돼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학교운영을 계속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근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억류자가) 우리 학교에서 일했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위험한 곳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우리 학교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가족들이 우리 학교를 통해 겨울옷을 보냈으며, 비공식인 정보 교환을 통해 그들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당국에 잡혀 있는 미국인 3명은 모두 한국계로, 여기에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 회계학 교수로 초빙됐던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씨와 역시 이 대학에서 일했던 김학송 씨가 포함돼 있다.

찰스 샌즈 3세 의학 부문 부총장은 "북미 간 긴장관계에 대해 모든 미국민이 매우 우려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이에 관해 물어보고 있다"면서도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를 가져온다는 이 학교의 미션이 중요한 만큼 우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부총장은 이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자신의 부인의 첫 수업 때 미국 교수와 함께 수업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한 뒤 "학생들이 (미국인 교수들에 대해) 처음에는 경직된 모습이었고 긴장감도 있었지만, 학기가 끝날 때쯤 '끔찍한 미국 선생'이라는 기존 인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학생들의 태도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학교에서 정치와 종교 두 가지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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