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북미접촉 가능성'에 틸러슨·펜스·백악관도 "지켜보자"

입력 2018-02-07 10:04
수정 2018-02-07 11:31
평창 '북미접촉 가능성'에 틸러슨·펜스·백악관도 "지켜보자"

모종의 시그널인가?…트럼프 '지켜보자' 화법 맞물려 주목

미국 언론들 "분위기 달라져", "우연의 일치 아니다" 해석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잇따라 보내 주목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인사들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지켜보자"(we'll see)고 말했다.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이어 백악관 대변인까지 같은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 정부 안에서 북한과의 만남에 관심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켜보자'는 말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남미를 순방 중인 틸러슨 장관은 전날 페루에서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만남 기회가 있을지 그냥 지켜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참석차 한국과 일본 방문길에 오른 펜스 부통령도 알래스카에 들러 "북한 대표단과 어떠한 회동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언급했다.

펜스 부통령은 "만약 북한 측 관리와 만나게 되더라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던 내용과 같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지켜보자'라고 답하는 화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협상가적 기질을 발휘하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최대한으로 증폭시킬 때 즐겨 사용하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미 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설이 꾸준히 흘러나올 당시에도 '지켜보자'라는 말을 종종 썼다.

지난해 11월 첫 한국 방문을 앞두고 그가 과연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확답을 하지 않은 채 "놀라게 될 것", "지켜보자" 등의 말로 궁금증을 유발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DMZ 깜짝 방문을 시도했지만 날씨 탓에 무산됐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연달아 북미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말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대화 지점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했던 것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런 발언들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미 정부 한 관계자는 WSJ에 "대북 접근법에 있어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한마음"이라며 "메시지는 던져졌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큰 변화를 보여주거나 북한과의 공식적인 대화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버렸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AP통신은 미 정부가 북미 간 직접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대화를 원한다는 암시를 주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정부 당국자들이 무엇이 있고 없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절묘한 균형이 '언어의 묘기'로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틸러슨 장관과 함께 남미를 순방 중인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차관은 "우리는 확실히 (북한과의) 만남이 없을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틸러슨 장관은 어떤 문제든 간에 협상의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항상 믿는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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