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포네도 즐겨찾던 美시카고 차이나타운 첫 중국집 폐점

입력 2018-02-07 09:36
알카포네도 즐겨찾던 美시카고 차이나타운 첫 중국집 폐점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악명높은 폭력조직 두목 알 카포네(1899~1947)도 즐겨찾던 시카고 차이나타운의 첫 중국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차이나타운의 아이콘이자 가장 오래된 중화요릿집인 '원코우'(Won Kow)가 지난 1일부로 90년간 이어온 사업을 접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1년부터 원코우를 운영해온 피터 휴이는 "한 시절 호황을 누렸으나 이제 문을 닫을 때가 됐다"면서 자신은 은퇴할 나이가 됐는데 사업을 이어갈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폐점 사유를 밝혔다.

그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이제는 좀 편히 쉬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원코우는 1927년 시카고 도심 남서부의 차이나타운에 '모이'(Moy)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고, 미국식 중화요리인 오렌지 치킨, 차우면, 찹수이, 딤섬, 그리고 식당 내 수족관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 요리 등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당시 차이나타운 거주자들 뿐 아니라 도시 북부와 남부의 유대인들까지 즐겨찾는 곳이 됐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동시에 식당 한쪽에는 싱가포르 슬링이나 도자기 잔에 불을 붙여 제공되는 칵테일을 마시는 단골들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식음료 전문매체 '이터'는 1920~1930년대에 시카고를 주무대로 활동한 알 카포네가 식당 내 북서쪽 모서리에 전용 테이블을 정해두고, 무장한 조직원들의 경호 속에 음식을 즐기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밝혔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1800년대 후반 시카고 도심 한쪽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가 1910년대 초반 현재 위치인 도심 남서부로 이동했다.

시카고 역사박물관 큐레이터 존 러시크는 "중국 식당들은 중국계 미국인 커뮤니티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면서 "중국 음식을 찾는 이들을 먹이는 일 외에 중국 이민자들에게 사업 기회를 주고, 새로운 이민자와 지역사회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중화요리집은 도심 북서부 어빙파크에 1926년 문을 연 '오렌지 가든'으로 알려졌다.

한편 원코우는 식당 문앞에 써 붙인 폐점 안내문을 통해 한 세기 가까이 어이진 고객의 관심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즐거움을 누린 만큼 여러분들도 이곳에서의 식사를 즐기셨기 바란다"며 작별을 고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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