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조작 의혹' 서울 사이버수사대가 맡는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033A62D7A00004FB9_P2.jpeg' id='PCM20171208000049038' title='네이버 댓글 조작(CG) [연합뉴스TV 제공]' caption=' ' />
"정황 많다" vs "증거 없다" 팽팽…수사 결과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임기창 기자 = 답보 상태였던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맡기로 하면서 진실 규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은 '조작을 의심할 정황이 너무 많다'란 주장과 '조직적 연루 증거가 없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데다 정치적 여파도 커 일선 경찰서가 맡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7일 경찰 관계자와 IT(정보기술) 업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대책회의를 열고 경기 분당경찰서 사이버팀이 맡았던 해당 사건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재배당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등 굵직한 인터넷 첨단 범죄 사건을 맡아온 국내 최정예 조직이다.
이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지금껏 큰 진전이 없었던 네이버 댓글 조작 조사가 한껏 더 빠르게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네이버 뉴스의 댓글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청와대 온라인 민원이 쏟아지자 네이버가 직접 지난달 19일 본사를 관할하는 분당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달 31일 "네이버에 매크로(동일 행동을 반복하는 소프트웨어)를 악용한 댓글 조직 정황이 발견됐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수사 의뢰 절차를 밟으면서 사건의 파문이 더 커졌다.
조작을 의심하는 측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대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기사에 편향된 견해의 댓글이 급증하는 데다 이런 댓글에 대한 '공감' 클릭이 1초당 수건씩 찍혀 조직적 개입이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뉴스에서는 공감 클릭을 많이 받은 댓글이 상단에 배치되기 때문에 그만큼 여론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
기사가 게재되면 바로 일사불란하게 악성 댓글을 올려 여론몰이를 꾀하는 정황이 보여 '댓글 부대' 같은 세력의 존재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또 뉴스 이용이 뜸해지는 새벽 시간에도 기계적으로 공감 클릭이 이뤄져 매크로를 돌렸을 공산이 있고, 네이버 계정(아이디)을 산다는 웹사이트들이 발견된 것도 조작 주장의 주요 논거다.
특정 세력이 이처럼 매크로를 쓰거나 인력을 고용해 댓글 생성 및 공감 클릭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해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치적 지향점이 같은 모임의 회원들이 특정 기사에 지지 또는 항의 취지로 대거 댓글을 달거나 클릭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단 의사 표현'으로 용인돼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같은 집단행동이라도 매크로 같은 인위적 수단을 쓰거나 돈을 주고받는 대가성이 없으면 범죄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계와 IT 업계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불법 조작을 적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여권 등 수사를 촉구하는 진영에서도 조작 의심 정황만 거론할 뿐 범죄에 관한 직접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활동 패턴만으로는 '댓글 부대 고용' 등의 단서를 찾아내기 쉽지 않고, 마케팅 업계 일각에서 이미 티가 나지 않게 온라인 여론 조작을 하는 기법이 고도화된 사실도 난관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문제가 지적된 기사 댓글을 자체 분석한 결과 매크로 사용 흔적은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수사의 향방에 관해서는 '우리가 몰랐던 대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찰 담당 팀이 어디든 공정하고 명확한 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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