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헌책방' 공씨책방, 성수동 안심상가로 옮긴다

입력 2018-02-07 08:31
수정 2018-02-07 08:41
'1세대 헌책방' 공씨책방, 성수동 안심상가로 옮긴다

5년간 월 50만원대로 임대료 동결…최대 10년간 머물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임대료를 올려 달라는 건물주와의 갈등 끝에 이전을 결정한 '1세대 헌책방' 공씨책방이 성동구 성수동의 '공공 안심상가'에 새 둥지를 튼다.

성동구는 성수동 서울숲IT캐슬 1층에 만든 공공안심상가에 공씨책방이 입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공공안심상가는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바람에 원래 자리에서 내몰렸거나, 내몰릴 위기에 처한 상인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평당 임대료를 시세의 60∼70% 수준(5만∼6만원)으로 낮게 책정했고 계약금·권리금은 받지 않는다.

성동구가 상가 2곳(총 39평·약 128㎡)을 12억원에 매입해 4곳으로 쪼갠 뒤 입주자를 모집했다.

46년 역사를 자랑하는 공씨책방은 설립자 고(故) 공진석 씨가 1972년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시작한 책방이다. 1980년대 광화문 근처에 자리 잡으며 한때 전국 최대 규모 헌책방으로 명성을 날렸다.

1990년대 광화문 일대 재개발로 옮길 곳을 찾던 중 단골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학교가 몰려 있는 신촌 쪽으로 옮기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해 1991년 신촌으로 이사 왔다.

25년 넘게 신촌에서 터를 닦던 공씨책방의 '수난'은 지난해 시작됐다. 새로 바뀐 건물주가 월세를 13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다.

건물주는 공씨책방과의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건물명도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 건물주 승소로 결론이 났다.

공씨책방은 신촌의 지금 자리에서 30m가량 떨어진 건물의 지하로 옮기려 했다가 성동구 공공안심상가 입주를 결심했다. 상가 면적이 11평으로 좁지만, 여러 책을 바꿔 전시하면서 헌책방을 운영하기로 했다. 조만간 이사할 예정이다.



공씨책방은 성수동 공공안심상가에 10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5년 단위로 계약하며, 계약 기간 중 월 57만원가량의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

공씨책방 운영자이자 창립자 공 씨의 처조카인 장화민 씨는 상가가 좁아 헌책을 들여놓을 창고를 따로 써야 하지만 "마음 놓고 오래 장사할 수 있는 게 좋다"며 성동구에 직접 공공안심상가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서울숲IT캐슬 내 공공안심상가에는 공씨책방과 함께 분식점, 사회적경제 조직이 입주한다.

성동구는 오는 4월에는 서울숲IT캐슬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공공안심상가를 추가로 연다. 역시 5년 이상 임대가 가능하다.

서울숲 일대에 짓는 초고층 주상복합·호텔건립 사업을 하는 부영이 용적률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기부채납하는 8층 규모 건물을 공공안심상가로 사용한다. 전체 35개 상점이 입주하게 된다.

성동구가 1차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1∼3층에 카페, 일식집, 퓨전 한식 음식점 등 7곳이 입주하게 됐다. 구는 수시 모집을 통해 내몰릴 위기에 처한 상인들을 최대한 구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앞으로 공공안심상가를 확대 조성해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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