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 vs. "과도"…선정성·폭력성 타고넘는 '19금 드라마'
JTBC '미스티' 화제…KBS '베이비시터'·OCN '보이스' '나쁜녀석들' 등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시행…방심위, 사후 제재로 관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난 2일 밤 11시 첫선을 보인 JTBC 금토극 '미스티'가 '19세 이상 관람가'를 붙이고 강렬하게 시작해 화제다.
남녀의 농도 짙은 애정신을 반복 배치한 '미스티'는 치정과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버무리며 관심을 모았고, '종편채널'과 '19금' 딱지에도 2회에서 시청률 5%를 넘어섰다.
'미스티'를 계기로 '19금 드라마'의 전후좌우를 살펴봤다.
◇ "어른들만 보세요"…'약점'인가 '강점'인가
TV 시청등급에는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19세 이상 관람가가 있다. 그러나 나이를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극장과 달리 TV는 시청제한을 각 가정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 TV나 셋톱박스에 개별적으로 '19금' 콘텐츠에 비밀번호 잠금을 걸어두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이 때문에 '19금' 딱지가 붙으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해 시청자를 더 유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른들만 보라는 딱지가 '약점'이 되기보다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극장에서는 등급이 흥행에 확실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는 필사적으로 '15세 관람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붙으면 중고등학생 관객은 받을 수 없어 흥행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히 시청제한이 어려운 TV에서는 '19금' 딱지가 시청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하기 어렵다. '미스티'도 그렇지만, 2014년 OCN '나쁜녀석들'은 11부 전체가 '19금'으로 방송됐으나 히트했다.
'미스티'는 9일 방송되는 3회까지만 '19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되고, 4회부터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미스티'의 함영훈 JTBC CP는 7일 "'19금'을 붙이면서 시청률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3회까지는 표현이 세기 때문에 15세 관람가로 하기엔 부적절하고,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 '19금'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거나…지상파에도 등장
현재 IPTV 전용 드라마는 '19금' 콘텐츠 위주로 구성돼 있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강조한 드라마들을 IPTV를 통해 보는 '어른 시청자' 시장이 형성돼 있다.
방송에서는 케이블 채널에서 먼저 '19금' 드라마를 선보였다. 'TV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19금'의 단편적인 기획들이 간헐적으로 방송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그러다 tvN이 '발칙한 로맨스'를 표방하며 미니시리즈로 기획한 '로맨스가 필요해'(2011)와 '로맨스가 필요해 2012'(2012), '우와한 녀'(2013)가 일부 회차에 '19금'을 달고 방송했다. 세 드라마 모두 애정 표현의 수위가 '19금'이었다.
장르 드라마를 파고드는 OCN에서는 폭력성이 과도해 '19금'을 붙인 드라마가 이어졌다.
'나쁜녀석들'은 11부 전체에 '19금'을, '처용2'(2015)와 '보이스'(2017)는 일부 회차에 '19금'을 붙여서 내보냈다. 이들 드라마는 모두 밤 11시에 편성됐다.
지상파에도 '19금 드라마'가 등장했다. 2016년 KBS 2TV 4부작 드라마 '베이비시터'는 애초 15세 관람가로 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심의를 통해 방송 직전 '19금'을 붙였다. 선정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밤 10시 지상파에서 '19금' 드라마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논란이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시청률이 2~3%에 머물렀다.
◇ 방송사 자체 등급 심의…방심위, 사후 제재
이러한 시청등급은 개별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붙인다는 점에서 허점이 많다. '나쁜녀석들'은 전체를 '19금'으로 했음에도 과도한 폭력성으로 인해 사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주의')를 받았다.
연쇄살인범이 형사의 가슴을 흉기로 여러 번 찌르고 형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장면, 냉동고 안에 토막 난 시신이 가득 차 있는 장면 등 과도한 폭력장면을 일부 흐림 처리한 상태로 수차례 방송했다는 이유였다.
방심위는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고려하더라도 살인·폭력장면의 묘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며 구체적인 살인·폭력장면을 6회 방송분에 걸쳐 수차례 반복적으로 방송한 것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심위 홍보팀은 "방송사가 방심위 기준에 따라 자체 심의를 하면 방심위는 사후 심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가리게 된다"며 "언론보도, 자체 모니터링, 민원의 3가지 통로를 통해 심의안건을 상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후 제재인 까닭에 상당수의 드라마가 선정성과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돼 논란을 일으켰다.
'보이스'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하다가 폭력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방심위가 행정지도인 '권고' 제재를 내리자 방송 도중 '19금'을 붙였다. 지난 4일 끝난 OCN '나쁜녀석들 : 악의 도시'도 폭력적인 장면이 넘쳐났지만 시종 '15세 관람가'로 방송됐다.
현재 '15세 이상 시청가'인 SBS TV 수목극 '리턴'의 경우는 폭력성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돼 방심위 심의안건으로 올라 있다. 방심위는 차주에 '리턴' 제작진을 불러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