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힐'처럼 매력적인 뮤지컬 '킹키부츠'…물 만난 정성화

입력 2018-02-07 07:10
수정 2018-02-07 17:50
'빨간 힐'처럼 매력적인 뮤지컬 '킹키부츠'…물 만난 정성화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형형색색의 화려한 의상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음악으로 가득한 무대가 끝날 때 즈음이면 관객들은 별난 외모의 '드랙퀸'(여장한 남자 가수)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지난달 31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세 번째 시즌에 돌입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별종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뻔한 메시지를 특별하게 전달한다.

언뜻 화려함과 경쾌함을 앞세운 많고 많은 쇼 뮤지컬 중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억지스러움 없는 탄탄한 이야기, 쥐어짜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동이야말로 이 작품만의 묘미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미국 토니상 6관왕,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3관왕 등 주요 공연예술 시상식을 휩쓴 이유가 작품 이곳저곳에서 쉽게 증명된다.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에 빠진 구두 회사 사장 '찰리'가 드랙퀸 '롤라'와 함께 드랙퀸들이 신는 별난 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살리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

유행에 뒤떨어진 수제 신사화만 만들던 칙칙한 공장에서 보석이 촘촘히 박힌 빨간 '킬힐'(10cm 이상의 높은 굽) 부츠가 탄생하는 장면, 드랙퀸들이 이 형형색색의 부츠를 신고 밀라노 패션쇼 런웨이를 걷는 장면 등은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제작에 처음 도전한 80년대 팝스타 신디 로퍼의 세련된 음악도 매력적이다.

디스코부터 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활용되지만, 이야기와 극 전개에 딱 맞는 그의 음악들은 어색함 없이 공연에 착착 달라붙는다.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 등 주요 넘버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지녔다.

무엇보다 이 공연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커다란 몸집을 빨간 미니스커트와 높은 굽 부츠에 욱여넣은 채 노래하고 춤추는 롤라다.

별나지만 사랑스럽고, 대사마다 웃음 폭탄을 안기지만 "너 자신이 되어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며 객석을 토닥이기도 하는 그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 집중도는 한껏 높아진다.

특히 2016년 재공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롤라 역에 캐스팅된 정성화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친근감으로 객석을 휘어잡는다.

관객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드랙퀸 이야기는 그의 연기 덕분에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전달된다. 그는 이 역으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공연은 4월 1일까지 이어진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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