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북극 '맹독성 수은' 봉인 뜯기나

입력 2018-02-06 16:10
지구온난화로 북극 '맹독성 수은' 봉인 뜯기나

영구 동토층에 전체 북극외 수은 2배 매장

"언제·어디로 누출될지 몰라…인류·식량자원 위협"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구 온난화로 북극 일대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봉인돼 있던 막대한 양의 수은이 방출돼 지구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북극 지방의 영구 동토층에는 3천200만 갤런(약 1억2천113만ℓ)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수은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며 세계 나머지 지역의 토양과 대기, 바다에 있는 수은을 모두 합친 양의 2배가 훌쩍 넘는 양이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의 케빈 셰이퍼 연구원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수은 일부는 자연으로 방출될 텐데 그것이 사람과 식량자원에 미칠 영향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미 지질조사국(USGS)의 폴 슈스터 연구원이 이끌었고 이 외에도 각국 정부기관·연구기관 소속 전문가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 알래스카 일대 여러 동토층의 중심부를 채취해 수은 수치를 측정한 뒤 이를 근거로 캐나다, 러시아와 다른 북반구 각국에 걸쳐 있는 전 세계 동토층에 함유된 수은의 양을 추산했다.

셰이퍼는 "우리는 이 수치가 지난 빙하기부터 축적된 수은의 양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 발생적 물질인 수은은 지구의 생명체와 결합하는데 북극의 상황은 좀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죽으면 썩어서 분해되고 그 과정에서 식물 내에 있던 수은이 대기로 방출되지만 북극 지방에서는 식물이 죽으면 썩는 대신 얼어서 여러 층의 토양으로 뒤덮인다.

이 때문에 식물 안에 있는 수은은 대기로 방출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게 된다. 그러나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 식물 안에 갇혀 있던 수은도 퍼져나간다.

과학자들은 얼마나 많은 양의 수은이 방출될지는 영구 동토층이 얼마나 녹느냐에 달렸으며 영구 동토층이 얼마나 녹을지는 온실가스가 방출돼 지구온난화를 어느 정도까지 유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는 현재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100년까지 계속될 경우 영구 동토층은 현재 면적의 30∼99%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토층이 해빙할 경우 방출된 수은이 어디로 갈지,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지만 과학자들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방출된 수은이 강을 거쳐 북극해로 흘러들어 가거나 대기로 방출되거나 두 가지 방법 모두를 통해 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극에서는 수은을 함유한 미생물이나 어류를 북극곰 같은 대형 포유류가 먹으면서 체내에 수은이 축적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구 동토층 전문가인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수 나탈리는 성명을 내고 "이번 연구 결과는 북극의 방대한 습지 생태계를 고려할 때 특히 우려된다. 습지와 수중 생태계는 수은이 형체를 바꿔 먹이그물로 유입돼 인간과 야생 동물을 위협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논문은 미 지구물리학회가 발간하는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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