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신항로 갈등'…본토 체류 대만인 6만명 귀성길 막히나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국의 신규항로 강행에 맞서 대만정부가 중국 2개 항공사의 춘제 임시항공편 운항을 불허하면서 본토에 체류 중인 대만인 6만명의 귀성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본토에 유학 중인 대만 학생 1천여명이 귀성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야당이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양안 '신항로 갈등'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6일 대만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야당인 국민당 입법위원들과 학생단체 등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만 유학생 약 1천명이 춘제를 앞두고 본토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추룽이(邱榮利) 대만학생우의총회장은 "자체 조사 결과 본토에 유학 중인 1천 명 이상의 대만 학생들이 귀국할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며 "(정부는) 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이들의 간단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회장은 그러면서 "이들 학생은 설 전날에 떠나는 대만행 비지니스석을 사야 겨우 대만에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귀국 예산도 늘어난 만큼 이들은 국가에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치웨(李奇嶽) 중화우수여행발전협회 이사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중국발 대만행 항공권이 5천∼8천 대만달러(19만원∼30만4천원)나 올랐다. 비싼 돈을 줘도 직항 항공편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리옌수(?李彦秀)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과거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절에는 언제든 중국과 협상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해 양안관계가 교착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협상카드를 찾지 못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중국 체류 대만인들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천쉐성(陳學聖) 국민당 입법위원도 "최근의 양안 관계는 차이 총통이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을 맡던 시절인 17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당의 주장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베이징에서 석사과정 중인 대만인 장진하오(張槿<竹+豪>) 씨는 대만 빈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대학은 일찌감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며 본인이 아는 중국내 대만 유학생들은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대만으로 돌아가 춘제를 준비한다고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장 씨는 이어 "고향에 오지 못한다는 1천 명의 학생명단을 정부에 제출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은 최근 대만해협의 중간선에 근접한 M503선의 북행 항로, 그리고 해당 항로와 둥산(東山)·푸저우(福州)·샤먼(廈門)를 가로로 연결하는 W121·W122·W123선에 항공편 운항을 강행하고, 대만은 이에 해당항로를 오가는 중국 동방항공과 샤먼항공의 춘제 연휴 임시항공편 176편의 운항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대만인들은 중국에서 돌아오는 직항편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춘제를 맞이해 본토에서 대만으로 귀국하는 6만여 대만인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 중국담당부처 대륙위원회는 "정부는 교통부 및 해협교류기금회와 긴밀히 상의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공군도 중국에서 소삼통(小三通)인 진먼(金門)과 마쭈(馬祖)를 거쳐 귀국하려는 자국민을 위해 C-130수송기 6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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