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술카드에 담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장면
'미래를 읽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파리 1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세리씨는 프랑스 유학 시절 자주 가던 헌책방에서 우연히 카드 한 벌을 발견했다. 시각 이미지를 연구하는 그는 고풍스러운 그림들이 뿜어내는 오라(aura)에 매료돼 무작정 카드집을 샀다. 카드에 그려진 그림과 형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런 그림들로 카드를 만든 것인지 궁금했던 그는 필요한 자료를 모으며 카드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신간 '미래를 읽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북레시피 펴냄)은 김세리씨가 그랑 르노르망 카드를 통해 신화와 서양 문화사를 읽어내는 책이다.
서양의 점술카드인 타로카드와 유사하지만 유래가 확실하지 않은 타로와는 달리 그랑 르노르망 카드는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의 카드점술가였던 마리 안느 아델라이드 르노르망(1772∼1843)이 창안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예지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로베스피에르, 장 폴 마라, 나폴레옹의 부인 조제핀 등을 고객으로 두며 유명해졌다.
54장으로 구성된 그랑 르노르망 카드에는 카드마다 이아손과 황금양털 신화,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와 헬레네 이야기 등 신화 속의 한 장면이 담겨 있다. 점술 카드인 만큼 점술가는 카드에 담긴 장면을 해석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식으로 미래를 예견해야 한다. 책은 카드가 어떤 신화의 어떤 장면을 담고 있는지, 카드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식물, 숫자 등이 서양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한 장 한 장 설명하며 카드 해독의 실마리를 찾는다.
저자는 "이 카드가 단지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타로카드와 더불어 서양 문화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책에는 실제 그랑 르노르망 카드가 부록으로 달려 있다. 296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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