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들 개회식 맹추위 걱정…"가지 말까" 고민도
(평창=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4년에 한 번 있는 무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전 세계 선수들이 개회식에서 감기라도 걸린다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강원도 평창의 칼바람을 맞아본 각국 선수들이 지붕 없는 장소에서 오는 9일 저녁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맹추위를 걱정하고 있다.
겨울 스포츠인이기에 일반인보다 추위 노출에 익숙한 선수들이지만, 이 정도의 추위를 견디는 것은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AFP 통신은 6일 평창의 얼음장 추위 때문에 일부 선수와 관계자들이 개회식에 불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피터 워델 뉴질랜드 선수단장은 "밤에 열리는 개회식이 이런 날씨에서 열린다면 체온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워델 단장은 "개회식 기온이 영하 8∼10도가 된다고 하는데 오늘(5일)과 비교하면 상당히 따뜻한 기온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밖에 서 있다가 최소 1시간 30분을 추위에 앉아 있으라고 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한 요구"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일부 선수들은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할 것 같다. 얼마 후에 경기하는 선수들이 특히 그런 결정을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국 대표팀의 한 관계자도 "경기 일정을 생각해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강추위를 우려해 선수들에게 개회식 내내 움직일 것을 권고했다.
또 심장병이나 당뇨가 있는 감독·스태프들에게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연평균 기온인 18∼27도인 남반구의 섬나라 통가에서 온 크로스컨트리 대표선수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는 "(추위로부터) 살아남아 경기에 뛰어야 한다"며 "날씨가 엄청나게 추울 거다. 따뜻하게 챙겨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우파토푸아는 태권도 대표로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 때는 근육질 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전통의상으로 눈길을 끈 선수다.
스키점프 일본 대표 가사이 노리아키는 "스키점프는 경기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점프하는 동안에는 추위가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개회식이다. 발열 패치를 온몸에 붙여야 할 것"이라고 강추위를 걱정했다.
미국 대표팀은 배터리 발열 장치를 장착한 특별 단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가한다. 얇은 배터리팩과 3단계 온도 조절 버튼이 들어간 첨단 단복이다.
미국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추위와 싸울 가족을 걱정한다.
미국 모굴 스키 대표 트로이 머피는 "집에 '어머니 아버지, 너무 추워요. 꽁꽁 싸매고 오셔야 해요'라고 문제를 보냈다"고 밝혔다.
추운 날씨를 반기는 선수들도 있다.
날씨가 추우면 눈과 코스 상태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모굴 스키 대표 브래드 윌슨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내 몸을 생각하면 추운 날씨는 안 좋다. 하지만 경기장 상태를 생각하면 정말 좋다. 겨울 스포츠인이라면, 따뜻하게 입는다는 전제로 이렇게 추운 날씨는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미국 모굴 스키 대표인 질린 코프는 "올해 들어 이렇게 추운 날씨를 겪지 않았다"며 "더 많이 껴입고, 코스를 내려오기 전에 더 많은 준비 운동을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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