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봅슬레이팀 "평창서 일제 썰매 안 쓰겠다" 통보

입력 2018-02-06 10:48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평창서 일제 썰매 안 쓰겠다" 통보

개발 추진위, "협상 계속하되 불발시 '손배청구'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쿄(東京) 오타구(大田區)의 소규모 도시공장들로 구성된 '시타마치(下町) 봅슬레이 개발팀'이 낙심천만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2011년 이래 7년여 동안 공들여 개발한 일제 썰매를 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자메이카 측은 "(평창) 올림픽에서 (일제 썰매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5일 시타마치 봅슬레이개발사업 추진위원회에 알려왔다. 개발팀을 비롯한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유감천만"이라며 낙심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자메이카 측과의 계약을 근거로 향후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시타마치 봅슬레이 개발 프로젝트는 도시 상가 지역에 산재하는 작은 공장들의 쇠퇴가 가속하자 2011년 도쿄(東京) 오타구에 있는 작은 공장 200여 개사가 참가해 시작했다. 일본 소규모 공장의 높은 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게 목표였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쿨러닝'(1993년 개봉)의 당사자인 자메이카팀이 일제 봅슬레이를 타면 일본의 높은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연평균 기온이 26~28도인 카리브 해의 '여름 나라'에서 눈을 접해보지도 못한 선수들이 펼친 겨울 도전기는 '올림픽 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개발팀은 작은 공장들의 기술을 결집해 나름 성능 좋은 썰매를 개발했지만, 프로젝트는 큰 시련에 봉착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직전 일본 대표팀이 시타마치 프로젝트가 개발한 썰매를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업체들이 성능개선을 계속했지만, 일본팀은 같은 이유로 평창 올림픽 때도 이 썰매를 쓰지 않겠다고 2015년 프로젝트 측에 통보했다.

국내에서 난관에 봉착하자 해외판매를 추진하던 차에 2016년 자메이카 대표팀이 평창 올림픽 때 이들이 개발한 썰매를 쓰기로 계약, 지금까지 썰매 4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시련이 계속됐다. 자메이카 여자 봅슬레이팀은 작년 12월 국제대회에서 프로젝트팀이 제작한 썰매를 이용키로 했으나 현지 교통기관 파업으로 썰매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바람에 라트비아제 썰매를 타고 출전했다. 자메이카팀은 이후에도 라트비아제 썰매로 국제대회에 출전, 올해 1월 중순 평창올림픽 출전권(2인승)을 따냈다. 남자팀은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추진위원회는 자메이카 측과 협상을 계속해 왔지만, 대사관으로부터 5일 평창 올림픽에서 시타마치 프로젝트가 만든 봅슬레이를 타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이 오기에 이르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200여 공장들과 함께 평창 올림픽 출전을 염원해온 추진위원회의 호소가이 전무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자메이카와 올림픽 출전의 꿈을 함께 해 왔는데…."라며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고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자메이카팀이 평창올림픽에서 시타마치 프로젝트가 제작한 썰매를 타지 않을 경우 위원회는 개발비 및 운송비(대당 1천700만 엔) 등을 토대로 손해액을 산정,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 호소가이 전무는 "올림픽에서 끝내 사용하지 않으면 계약 내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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