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 공격 후 에르도안 인기 '날개'…반미 정서도 고조
전문가 "벌써 에르도안 내년 대선 승리 분위기"…"조기선거해도 유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최근 전파를 탄 터키의 한 TV 토크쇼는 터키군의 시리아 쿠르드 공격에 지지·연대를 표명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없는 유명인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토크쇼 진행자는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일마저 공유하는 사람들이 '터키군을 위해 기도한다'는 정도는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지난달 20일 터키가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시작한 후 터키 여론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다.
아프린 군사작전 개시 후 터키 매체와 온라인에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이 휩쓸고, 종교계, 경제계, 문화계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아프린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성명이 쇄도했다.
1984년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이 무장투쟁을 전개한 이래 양측에서 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쿠르드를 제외한 터키인 대부분은 터키정부의 주장대로 시리아 YPG를 PKK 분파 테러조직으로, 국경지역 안보·영토 위협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터키사회의 분리주의 우려와, 아프린 작전 비판에 대한 터키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터키 국내에서는 아프린 군사작전 지지 여론이 지배적이다.
터키 조사기관 마크(MAK)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아프린 작전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의사협회(TTB)와 지식인, 쿠르드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 등이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으나 소수에 그쳤고, 이마저 대부분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YPG와 손잡은 미국에 대한 반감은 고조됐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이 YPG와 PKK 배후에 있다는 답이 90%에 달했다.
4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터키가 1952년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이래 미국과 터키 관계가 최악이라는 전문가 평가와 일반 여론 기류를 소개했다.
아프린 군사작전으로 애국주의가 고취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권의 지지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차압타이 선임연구원은 아프린 작전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절묘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1974년 뷜렌트 에제위트 당시 총리는 저조한 당 지지율로 고전했으나 키프러스 침공·점령으로 다음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차압타이 연구원은 "터키 매체는 벌써부터 내년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라면서 "조기선거 국면이 된다면 아프린 작전은 에르도안 대통령 승리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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