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손난로로 버텨요"…한파와 싸우는 '볼빨간 배우들'

입력 2018-02-06 09:00
수정 2018-02-06 10:06
"핫팩·손난로로 버텨요"…한파와 싸우는 '볼빨간 배우들'

사전제작 드라마는 일주일간 촬영 쉬기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추워도 레디(ready)~ 액션(action)!이죠"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바깥 활동을 삼가게 되지만 춘하추동 24시간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현장은 예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촬영을 진행해야 방송 편성에 맞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영하 10도는 기본, 칼바람 속 체감온도는 영하 20~30도가 놀랍지 않다. 하지만 배우들은 그다지 춥지 않은 듯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 볼과 귀가 새빨개진 채 화면에 등장하고 입이 얼어서 NG가 나도 추위와 정면으로 싸워가며 드라마를 찍고 있다.



◇ "핫팩·손난로는 대량 구매"

한파 속 야외 촬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핫팩과 손난로가 필수품이다. 촬영하면서는 최대한 옷 속 여기저기에 핫팩을 붙이고, 카메라 뒤에서는 손난로 등 휴대용 난로와 담요로 즉시 몸을 덥힌다.

tvN '화유기'의 여주인공 오연서의 소속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6일 "핫팩과 손난로를 대량으로 구매, 상시 구비해놓고 사용한다. 또 현장에 담요와 패딩을 마련해놓고 촬영하지 않을 때 보온에 유의한다"고 전했다.

배우들이 옷맵시를 살리려다 보니 내복을 껴입는 것도 한계가 있다.

KBS 2TV '황금빛 내인생'의 여주인공 신혜선의 소속사 YNK엔터테인먼트는 "화면 보시면 알겠지만 배우들이 볼 빨갛고, 귀 빨간 채로 촬영을 한다"며 "너무너무 춥지만 옷을 껴입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아주 두꺼운 옷을 입고 나올 수도 없다. 추위와 정면으로 싸워서 찍고 있다"고 밝혔다.

KBS 2TV '라디오 로맨스'의 홍보사 블리스미디어는 "미니시리즈 스케줄상 한파라고 촬영을 접기는 어렵지만 기상청 예보에 따라 강력 한파가 예보된 날에는 야외촬영에서 세트촬영으로 변경한다"며 "세트에는 제작사에서 대형난로를 구비해놨고 배우들에겐 손난로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겨울에 겨울 신을 찍으면 다행이다. 지난달 18일 끝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경우는 한겨울에 한여름 신을 찍느라 곤욕을 치렀다. 배우들은 반팔 차림으로 "더워 죽겠다"를 외치는 연기를 펼쳤지만, 입에서는 연신 차가운 입김이 뿜어져 나와 보는 이들도 춥게 만들었다.



◇ 사전제작 드라마는 촬영 접기도

사극은 현대극보다 추위에 취약하다. 한복의 보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3월 방송을 앞둔 TV조선 '대군', 7월 방송 예정인 tvN '미스터 션샤인' 등의 출연진은 현대극에 출연하는 배우보다 더 추운 환경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군'과 '미스터 션샤인'이 사전제작 드라마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 덕에 두 드라마는 지난달 한파가 몰아쳤을 때 일주일간 촬영을 중단했다.

'대군' 측은 "지방 촬영을 해야 하는데 추위와 함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촬영을 아예 접었다. 일주일 정도 쉬었다"면서 "사전제작 드라마인 덕분에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스터 션샤인'도 1월 말에 나흘 정도 촬영을 쉬었다. 역시 한파와 눈 때문이었다.

'미스터 션샤인' 측은 "합천에서 촬영해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찍을 수가 없었다"며 "연일 강추위가 이어져서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의 건강도 염려가 돼 2~3회차 정도 촬영을 뒤로 미뤘다"고 밝혔다.

박해진 주연 '사자'도 사전제작드라마인 까닭에 제작일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사자' 제작사 마운틴무브먼브스토리는 "한파에는 야외 촬영을 취소하고 세트로 촬영을 돌리는 등 융통성 있게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차가운 물에 빠지고 칼바람 속 대교 위 액션신도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는 '생방송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까닭에 한파가 몰려와도 예정된 스케줄대로 촬영을 진행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시작한 '라디오 로맨스'는 1~2회에 여주인공 김소현이 고궁 연못에 반복적으로 빠지는 장면을 보여줬다. 부여의 유원지에서 촬영한 이 장면은 많은 관광객의 입을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목격담이 올라왔다. 추운 날씨에 배우를 혹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라디오 로맨스' 측은 "김소현 씨는 한파가 오기 전 촬영을 끝냈고, 추운 날에 찍은 것은 보충촬영으로 1월24일 전문액션 대역 배우가 방한수트를 입고 아주 잠깐 물에 빠졌다가 나오는 연기를 펼쳤다"며 "대역 배우는 그 촬영 후 바로 귀가했다"고 전했다.

오는 28일 시작하는 KBS 2TV '추리의 여왕2'는 최근 대교 위에서 액션 신을 촬영했다. 영하 18도의 혹한 속 칼바람이 부는 환경이었지만 제작 일정상 촬영을 미룰 수 없어 진행했다.

'추리의 여왕2' 측은 "추운 날씨였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고 전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올 겨울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가 이어져 드라마 촬영장이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닌 한 날씨라는 변수를 피해갈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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