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전 대통령 재심 결정 '후폭풍'…정부-대법원 대립 격화
법무장관, 대통령 탄핵설 선제 차단…경찰, 법원행정처장 자택 수색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몰디브 대법원이 최근 유죄판결을 받고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당 인사의 석방과 재심을 명령한 이후 압둘라 야민 현 몰디브 대통령과 대법원, 야당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5일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메드 아닐 몰디브 법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야민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대통령 탄핵 시도는 헌법에 위반되며 경찰 등 치안 당국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군부 수장인 시얌 장군과 압둘라 나와즈 신임 경찰청장이 함께했다. 야민 대통령은 앞서 전임 경찰청장이 대법원 결정을 이행하려 하자 그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디브 경찰은 또 같은 날 하산 사이드 법원행정처장의 자택을 수색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이 속한 제1야당 몰디브민주당(MDP)의 하미드 압둘 가푸르 대변인은 "경찰이 대법원장을 비롯해 고위 법관 2명을 뇌물 등 혐의로 체포하려고 시도했다"면서 "정부 측이 사법권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는 나시드 전 대통령은 "아닐 장관의 기자회견은 쿠데타 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몰디브 대법원은 앞서 테러방지법 위반으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망명한 나시드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에 관해 "검사와 판사들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수사를 따르도록 부적절한 영향을 받았다"면서 그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새로 하라고 지난 1일 명령했다.
대법원은 구속된 다른 야당인사 8명에 대해서도 석방과 재심을 명했으며 또 여당을 탈당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12명에게도 의원직을 되살리도록 판결했다.
이에 대해 몰디브 정부는 "야당인사 석방과 관련한 절차적 문제들이 많다"면서 지금껏 대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찰은 3일 국회의사당에 출동해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의원직을 회복한 여당 탈당 의원 2명을 새로 체포했다.
대법원은 야민 대통령을 향해 대법원의 석방 명령을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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