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北 김영남 만남 성사되면 '격' 어떻게 되나
김영남, 대외적으로만 북한수반…'정상' 표현 쓰기 어려울듯
2007년 盧 전 대통령-김영남 만남 공식표현은 '면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특히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북한의 헌법상 수반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별도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회담의 '격'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만남이 성사되면) 그 이름을 어떻게 붙일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라고 부를 것이냐 '정상급회담'이라고 부를 것이냐 등을 두고 의견이 갈리지만 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이 일단 '정상회담'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 통치자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므로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 '정상'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어렵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인사인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통치자가 김정은 위원장인 이상 문 대통령과의 만남 역시 '정상회담'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하는 외국의 정상 중 실질적 통치권이 없는데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사례를 들어 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도 '정상회담'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독일과 캐나다의 실질적 통치는 각각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쥐스탱 트리도 총리가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쥴리 파이예트 캐나다 총독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정상과 하는 회담의 원칙과 기준을 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간 만남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만남의) 이름을 놓고도 남북 간 의견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남측은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은 '정상회담'이라고 불렀지만 그보다 하루 앞서 이뤄진 노 전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은 '면담'으로 표현했다. 동등한 급이 결정을 내리는 회담이 아니라는 뜻이 담겼다.
북한은 같은 만남을 '회담'이라고만 표현했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면담' 내지는 상대를 예우하는 뜻을 담아 '회담'으로 쓸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 언론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각각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때 '수뇌상봉'이라는 용어를 썼을 뿐 '수뇌회담'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 전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공식면담'으로, 북한 언론이 '북남 최고위급 회담'으로 표현한 바 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