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 피겨 페어, 첫 동반 훈련…'반가운 눈빛 인사'(종합)

입력 2018-02-05 21:13
수정 2018-02-05 21:47
[올림픽] 남북 피겨 페어, 첫 동반 훈련…'반가운 눈빛 인사'(종합)

南 김규은-감강찬·北 렴대옥-김주식, 하루 두 차례 '동시 훈련'



(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깜빡하고 선물을 숙소에 놓고 와서 못 줬네요."(김규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맺은 우정이 마침내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졌다. 남북 피겨 페어를 대표해서 '평창 무대'에 나선 '남쪽' 김규은-감강찬 조와 '북쪽' 렴대옥-김주식 조가 마침내 같은 훈련장에서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페어에서 경쟁하는 김규은-감강찬 조와 렴대옥-김주식 조는 5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이스아레나 연습링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나란히 연습했다.

지난 1일 방남한 렴대옥-김주식은 2일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전날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김규은-감강찬은 이날 오후 처음 훈련장 얼음을 밟았다.

이미 두 '페어 커플'은 지난해 2월부터 따뜻한 우정을 이어온 터라 링크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눈빛 교환'으로 서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두 번째 훈련이 끝난 뒤에는 링크 밖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규은-감강찬은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렴대옥-김주식을 처음 만났고,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에게 함께 지도를 받으면서 친밀감을 쌓아갔다.

당시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김치를 선물했고, 한국 선수들은 김밥으로 응대하며 우정을 쌓았다.

잠시 시련도 있었다. 남북 단일팀 논의가 생기면서 일부에서 렴대옥-김주식 조를 한국이 출전하는 팀 이벤트의 일원으로 넣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고, 자칫 김규은-감강찬은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남북 단일팀 논의는 여자 아이스하키로만 한정되면서 김규은-감강찬은 비록 자력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지는 못했지만 개최국 쿼터로 '평창행'에 성공했다.



기분 좋게 나란히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렴대옥-김주식과 김규은-감강찬은 마침내 이날 오후 훈련에서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 만나게 됐다.

남북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면서 아이스링크는 한국, 일본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이날 훈련에는 일본의 스자키 미우-기하라 류이치 조도 함께 했다.

김규은-감강찬이 훈련 예정인 오후 3시보다 일찍 링크에 도착에 몸을 풀었고, 렴대옥-김주식 조가 조금 늦게 도착한 터라 라커룸에서 마주치질 않았다.

이 때문에 두 조는 링크에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대회 개막이 임박해온 터라 아는 척을 제대로 못 하고 서로 훈련에만 집중했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 나흘째를 맞은 렴대옥-김주식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집중적으로 연마했고, 이날 처음 훈련에 나선 김규은-감강찬은 쇼트프로그램 음악에 맞춰 안무 맞추기에 집중하면서 링크 적응에 나섰다.

특히 렴대옥-김주식은 이날 렴대옥의 점프 실수가 잇달아 나오면서 트리플 토루프와 스로 살코 완성도 높이기에 훈련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훈련 도중 감강찬과 김주식은 잠시 눈이 마주쳤고, 가벼운 눈인사로 반가움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렴대옥-김주식이 먼저 훈련을 끝내고 퇴장했다. 둘은 믹스트존을 지나면서 훈련 느낌을 묻는 취재진에게 웃으며 "괜찮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곧바로 믹스트존으로 나온 김규은-감강찬은 "경기장 도착 시간이 달라서 렴대옥-김주식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라며 "지금은 훈련에만 집중할 때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은-감강찬은 이날 저녁 늦게 강릉아이스아레나 메인링크에서 치러진 두 번째 훈련에서도 렴대옥-김주식과 나란히 훈련을 펼쳤다.

두 조 모두 쇼트트랙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애를 쓴 가운데 렴대옥-김주식은 이날 첫 훈련에서 보여줬던 점프 불안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트리플 토루프와 스로 살코를 깔끔하게 성공해 코치진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지난 2일이 생일이었던 렴대옥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는 김규은은 "오후 훈련 때 선물을 주지 못했는데 깜빡하고 숙소에 선물을 놓고 와서 주지 못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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