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집행유예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4개월간 재판

입력 2018-02-05 16:12
수정 2018-02-06 14:13
이재용에 집행유예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4개월간 재판



야간 재판 없는 효율적 재판 진행…신설된 재판부 이끌어

차분하고 세밀한 스타일…사회지도층 뇌물 사건 2심 담당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의 징역 5년과 달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되면서 2심 재판을 맡았던 정형식(57·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부장판사는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가정법원,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14년 서울고법으로 발령 난 뒤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항소심 형사사건이 늘면서 서울고법에 새로 신설된 형사13부 재판장을 맡고 있다.

온화하고 점잖은 성격이지만 재판에서는 법리 판단 등이 세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이 부회장 사건의 공판준비 절차를 시작해 이날 선고까지 약 4개월간 재판을 이끌었다.

쟁점이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한 사건이지만 늦은 시간까지 재판이 늘어지지 않고 계획된 심리 일정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 것은 정 부장판사의 효율적인 소송 지휘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정 부장판사는 첫 재판부터 "야간에 재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에 "한두 마디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로 끝나야지 계속 공방이 오가는 것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핵심 쟁점 위주로 소송을 이끌었다.

심리가 본격화된 뒤에도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될 때면 "그만하라"고 제지하고 증인 신문에서 동일한 질문이 반복될 때에는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질문하지 말라", "의견과 신문을 혼동해 질문하지 말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같은 소송 지휘 덕분에 이미 1심에서 장시간 신문이 이뤄진 증인에 대한 신문이 예정된 시간 내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고, 신문 내용 역시 논지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장판사는 앞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회지도층의 뇌물 재판을 맡기도 했다.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여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4년 솔로몬저축은행에서 총 4천만원을 수수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에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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