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발칙하고 섹시한 민요라니…'씽씽' 첫 단독콘서트
한낮부터 외국인 관객들 줄서 입장…"지화자!" 떼창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수은주가 뚝 떨어진 한낮부터 홍대 예스24무브홀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민요 록밴드 '씽씽'의 공연을 보기 위한 줄이었다. 300석 규모의 소극장 앞에는 일찌감치 "전석 매진, 현장판매 X"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무지개 가발 등 씽씽 관련 굿즈(상품)를 사고파는 인파는 추위를 잊고 흥성거렸다.
오후 5시20분.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늦게 공연의 막이 올랐다. 오프닝 게스트는 3인조 밴드 '새소년'. 지난해 단 한 장의 EP(미니앨범) '여름깃'으로 인디 음악계를 뒤흔든 소문난 밴드다. 이들은 다섯 곡을 연달아 부른 뒤 "우리도 오늘은 씽씽 형님들 노래가 듣고 싶어서 왔다"며 2층 발코니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드디어 주인공 씽씽이 등장했다. 씽씽은 음악감독 장영규(베이스), 이철희(드럼), 이태원(기타)과 소리꾼 이희문·추다혜·신승태가 만난 밴드. 맏형 장영규는 한국적인 '아방-팝'(Avant-pop)의 선구자로 불리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이자 영화 '도둑들', '곡성', '염력' 등의 음악을 만든 뮤지션이다. 이희문은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이수자다.
프런트맨 이희문의 '노랫가락'으로 공연의 포문이 열렸다.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 베틀가, 오봉산타령, 한강수타령, 개구리타령을 엮은 '민요메들리'를 몰아쳤다. 이 곡은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작은 책상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레퍼토리여서인지 관객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곳곳에 포진한 외국인 관객들이 뜨겁게 환호를 보냈다.
씽씽은 이어 '정선아리랑', '난봉가', '사설난봉가', '창부타령', '놀량', '흥타령', '산염불', '청춘가', '만떡당'(만수받이-떡타령-당악)을 선보였다. '난봉가'에서는 후렴구마다 관객들이 "가!" 하고 추임새를 넣었고, 중간중간 "지화자", "옹헤야"라는 '떼창'이 쏟아졌다. 관객들은 "민요 공연에 떼창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탄성을 질렀다. 앙코르 요청이 쇄도하자 씽씽은 '민요접속곡'과 '19금 타령'으로 또 한 번 판을 벌였다.
이날 공연에선 파격적인 분장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희문은 풍성하게 부풀린 흰 머리를, 신승태는 새까만 '똑단발'을 했다. 몸에 꼭 밀착된 섹시한 '드랙퀸'(여장남자) 의상이 조명 아래 빛났고, 과장된 속눈썹이 무대를 누빌 때마다 파르르 떨렸다. 유일한 여성 멤버인 추다혜는 "씽씽에서 진짜 여자를 맡고 있다"고 자기소개를 한 뒤 "여기는 '가짜 여자'를 맡은 신승태, 여기는 진짜 '가짜 여자'를 맡은 이희문"이라고 웃어 보였다.
민요를 2018년 오늘, 바로 이곳으로 가져온 씽씽의 '열일'은 계속된다. 오는 3월 31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 선다. 2월 말 호주 브리즈번 공연예술제와 4월 말 독일 하이델베르크 공연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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