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만 보면 총격' 이탈리아 테러범은 히틀러 추종자(종합)
"후회하는 기색 없어"…소녀 죽인 난민에 복수심
집에서 히틀러 자서전 등 나치 관련 서적·깃발 나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소도시 마체라타에서 난민들에게 총격을 가한 현지 청년 루카 트라이니(28)는 아돌프 히틀러를 추종하는 백인우월주의자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르코 민티니 내무장관은 트라이니에 대해 "파시즘, 나치즘과 명백히 연관있는 배경을 가진 극단적인 우파"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는 모두 같은 피부색"이라며 "명백한 인종 혐오 범죄"라고 강조했다.
현지 ANSA통신도 외국인 혐오증에서 유발된 트라이니의 단독 범행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수사 당국은 트라이니의 집에서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비롯해 나치 관련 서적을 압수했으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상징으로 흔히 사용되는 켈트 십자가 깃발도 발견했다.
경찰이 배포한 사진을 보면 트라이니는 이마에 신나치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겼으며 목에는 이탈리아 국기를 두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 극우 정당인 북부동맹(레가 노르드·LN) 소속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바 있다.
트라이니는 홀로 차를 타고 시내를 돌다가 흑인이 보이면 총구를 겨눠 나이지리아, 가나, 감비아, 말리 출신 6명이 다치게 했다.
마체라타 사령관 미켈레 로베르티 대령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라이니가 2시간가량 광란을 벌인 데에 후회하는 기색이 없다"면서 "일종의 복수심에서 그런 끔찍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체라타에서는 며칠 전 18세 이탈리아 소녀 파멜라 마스트로피에트로가 여행 가방에서 토막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마약 밀매업자로 알려진 29세의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희생자인 마스트로피에트로는 약물 중독으로 마체라타 인근의 약물재활센터에 머물다가 자진해서 센터를 떠난 뒤 피살체로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트라이니가 난민들을 겨냥해 증오 범죄를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는 이와 관련, 총격범 트라이니가 5일 "마스트로피에트로의 복수를 하기 원했다. 불법 난민 유입 현상이 중단돼야 한다"고 진술했다고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경찰에 애초 법정으로 가서 소녀 살해 용의자인 나이지리아인을 죽이려 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 마체라타 거리의 불특정 아프리카 난민을 겨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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