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주가에 직격탄…매도시그널 아직 없어"(종합)
국내증시 상승세 제동…"역금융장세 우려는 시기상조"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미국 금리 급등에 국내 증시도 상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5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33% 내린 2,491.7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커 4.59% 내린 858.22로 주저앉았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2.54%) 등 3대 지수가 급락했다.
주가 하락은 채권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호전되고 있으나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 오히려 할인율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증시에 압박을 준 것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초 이후 43bp(1bp=0.01%p) 급등해 연 2.8%를 넘어섰다.
지난 2일 미국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7.9bp(1bp=0.01%포인트) 급등한 2.85%로 2014년 1월 이후 4년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지난 한 주간에만 19.1bp나 올랐다.
신증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양날의 검'으로 성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가치평가(밸류에이션)의 할인율로도 적용된다"며 "금리가 낮을 때는 고평가가 유지되지만, 금리가 높아지면 고평가가 압박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세 차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001200] 투자전략팀장은 "미 장기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뉴욕증시의 성격을 실적장세에서 역금융장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올해 장기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하면 뉴욕증시에서도 경제 성장세보다 금리 상승세가 강해지는 구도가 형성돼 추세 하락 국면인 역금융장세로 반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기업 실적과 관련된 경제성장(g)이 강하고 현재가치를 감소시키는 장기 시장금리(r) 상승세가 온건해 실적장세가 연출됐다.
그러나 올해 경제 성장세 개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이 병행되면 장기 시장금리의 상승 폭이 가팔라져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는 그러나 증시는 2∼3월 초까지 박스권을 예상하지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팀장은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현재 2.84%에서 3.00∼3.50% 수준은 돼야 경기 침체를 우려할 단계"라며 "현 수준에선 역금융장세가 왔다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001500] 연구원은 "금리가 1994∼1995년처럼 경기 대비 폭등하거나 2013년 탠트럼(긴축발작)과 같이 긴축 변곡점에서 오른 것과 달리 뚜렷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금리가 달러 강세를 동반해 상승한다면 신흥국 입장에서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달러가 지난달 3.2% 하락했고 2월에도 강세 전환 조짐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 안전 자산 선호 미흡, 달러의 캐리트레이드(국가 간 금리차를 이용한 거래) 청산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변 연구원은 설명했다.
신중호 연구원은 "아직 장·단기금리 역전 등 주식을 팔아야 할 경고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경기 수준이 호전된 만큼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경기 수준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매수세를 강화해 미 국채 금리가 완만한 하락을 보일 수 있고 공장이 가동하는 한 주식 고평가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6년 말∼작년 초와 같은 흐름이 연출될 수 있는데, 당시 가파른 금리 상승이 증시조정을 촉발했으나 5%의 조정 후 재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증시는 2∼3월까지 박스권을 예상하나 코스피 역시 삼성전자[005930]의 주도력 약화와 원/달러 상방 압력으로 상단 돌파는 단기간에 어렵지만, 이번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조정으로 2,500을 밑돈다면 매수 기회"라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마켓전략실장은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의 급락을 추세 반전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과 채권 금리 상승의 기저에 경기회복이 자리 잡고 있고 미국의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전망도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가팔랐던 금리 상승세는 점차 완화할 것"이라며 "채권 금리 변동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시차를 두고 글로벌 증시는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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