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상 첫 원주민출신 호주대표 "외모 편견 깨겠다"
피겨 페어 출전 할리 윈저 "인종차별 여전…호주 사회 바뀌기를"
(평창=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호주 원주민 출신 최초의 동계올림픽 출전선수가 '인종차별 철폐'를 가슴에 품고 평창에 온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페어에 나서는 호주대표 할리 윈저(22)는 "빙판에서 내가 이룬 것, 앞으로 이룰 것들이 호주 사회의 태도를 바꾸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이 외모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4일(한국시간) BBC에 말했다.
윈저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번째 호주 원주민 출신 선수다. 윈저도 많은 선구자들처럼 편견과 맞서왔다.
스케이트에는 어머니의 우연찮은 실수로 입문했다고 한다. 윈저는 "2004년 어머니가 길을 잘못 들어 집에서 9㎞ 떨어진 곳에 있는 아이스링크로 갔는데 거기서 스케이트를 사게 됐다"고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윈저는 스케이트를 할부로 사서는 집에서 온갖 심부름을 하며 돈을 갚았다고 한다. 우연히 접한 취미는 곧 삶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타면서 상처받을 때도 잦았다는 것이 윈저의 고백이다.
윈저는 "인종차별은 호주에서 여전히 큰 문제"라며 "나는 안색이 창백한 편이라 호주 원주민의 (다양한) 외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무시하는 시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밝은 피부를 보면서 '그는 원주민이 아니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호주 사회에는 실제로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의 조사에서 호주 원주민의 ⅔ 이상이 존중 없는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우아한 동작이 주를 이루는 피겨 페어의 특성도 차별로 이어졌다. BBC의 설명처럼 "호주는 거친 스포츠인 호주식 럭비가 인기를 끄는 곳"이기 때문이다.
윈저는 "가까운 친구들은 나를 응원했지만, 물론 나를 헐뜯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었고, 더 지나서는 무시할 수 있게 됐다"고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윈저는 이번 대회에 러시아 출신으로 호주 시민권을 부여받은 예카트리나 알렉산드로프스카야와 짝을 이뤄 출전한다.
그는 "알렉산드로프스카야와 처음 스케이트를 같이 탔을 때부터 우리는 정말 잘 어울렸다"고 선전을 다짐하면서 "나와 같은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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