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불화로 끝난 이란-파키스탄 '평화 가스관' 사업

입력 2018-02-04 19:38
외풍에 불화로 끝난 이란-파키스탄 '평화 가스관' 사업

이란, '계약 불이행' 파키스탄 제소 계획…"미·사우디 압박 탓"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4일(현지시간) 천연가스관 건설을 중단한 파키스탄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잔가네 장관은 "이란은 약속대로 파키스탄 국경까지 가스관을 완공했으나 파키스탄은 자신이 맡은 부분을 방기했다"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의 계약 불이행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화 가스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가스관은 이란 남동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를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 주까지 육상으로 수송하는 대규모 에너지 협력 사업이다.

투자 금액이 70억 달러, 가스관의 길이는 2천780㎞에 달한다.

두 정부는 1995년 기본 계약을 맺고 각자 자신의 영토 내에서 가스관을 건설해 국경에서 잇기로 합의했다. 1999년에는 인도도 이에 참여하면서 이란, 파키스탄, 인도 3개국으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순조롭게 추진되던 이 사업은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인도가 2009년 빠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그럼에도 이란은 계약대로 2011년 파키스탄 국경까지 가스관을 완공했다.

미국은 2010년 파키스탄에 이 사업을 중단하면 타지키스탄에서 LNG와 전기를 수입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2012년에도 사우디가 이란과 가스관 사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파키스탄에 에너지 원조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서아시아의 '대국'이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파키스탄이 이란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되면 미국과 사우디로선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인접 기지'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업을 좌초시키려 했다..

이를 막으려고 이란은 파키스탄과 부지런히 접촉했다. 파키스탄 측도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으나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국 파키스탄은 2014년 초 이란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이유로 이 사업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완공 목표는 2014년 말이었다.

이란은 완공이 지연됨에 따라 파키스탄이 하루에 100만 달러를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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