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영국 컬링남매, '양 농장' 뒤로하고 평창 출격

입력 2018-02-04 17:39
[올림픽] 영국 컬링남매, '양 농장' 뒤로하고 평창 출격

여형제 이브는 세 번째 올림픽…글렌·토머스 형제는 첫 올림픽



(평창=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영국 컬링 대표팀 선수 10명 중 5명은 가족 관계로 얽혀있다.

한국 컬링 대표팀이 부부, 남매, 자매, 쌍둥이 형제 등 7명이 혈연을 맺고 있는 것처럼 영국도 '가족 컬링'을 대표한다.

4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브 뮤어헤드(27)는 영국 여자컬링 대표팀의 스킵이다. 글렌(29)·토머스(23) 뮤어헤드는 남자컬링 대표팀의 후보와 서드를 맡고 있다. 남자대표팀 스킵 카일 스미스(26)는 리드 캐미 스미스(25)와 형제다.

이 가운데 뮤어헤드 가족은 스코틀랜드가 낳은 영국의 컬링 명가다.

이 남매는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 은메달을 목에 건 아버지 고든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컬링을 접했다.

이들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컬링 경기를 보거나 자신이 컬링을 하려고 많은 시간을 아이스링크에서 보냈다.

부모님은 컬링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자녀들이 원하는 일을 100% 지원해준다고 했다. 남매는 자신의 의지로 나란히 컬링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올림피언이 된 선수는 이브다.

이브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컬링에 출전했다. 하지만 예선전인 라운드로빈에서 탈락해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이브는 화가 나서 얼음 위에서 브룸을 부러뜨리는 모습으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브는 두 번째 올림픽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브는 "밴쿠버에서는 너무 어렸다. 훈련도 충분히 못 했던 것 같다. 시상대 꼭대기에 서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큰 교훈을 얻었다"고 돌아봤다.

이브가 소치에서 동메달을 딸 때, 글렌과 토머스는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글렌은 "시장에서 양을 팔고 있었다. 큰 TV가 설치돼 있어서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토머스는 "강의실 뒷자리에서 휴대전화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강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렌과 토머스는 여동생·누나의 동메달이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더욱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브와 달리 글렌과 토머스는 '전업 선수'는 아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퍼스에서 양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렌과 토머스는 "컬링 말고도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대신 두 가지 일을 모두 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 잔다"고 말했다.

반면 이브는 "먹고, 헬스장에 가고, 컬링장에 가는 것이 일과"라며 "선수의 삶은 어렵다. 매일 흘리는 피땀과 눈물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전업 선수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브는 전업 선수가 된 이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 유럽여자컬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했다.

글렌과 토머스가 뛰는 남자컬링 대표팀은 지난해 유럽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영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종목에서 최소 1개, 최대 2개의 메달을 기대한다.

아무래도 여자컬링에 쏠린 기대가 더 크다.

하지만 뮤어헤드 형제들도 처음으로 출전하는 올림픽인 평창에서는 '남매 대결'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글렌과 토머스는 2월 한 달간 양 농장 일을 뒤로하고 컬링에만 전념한다.

양 농장은 토머스의 여자친구에게 맡겼다. 아버지 고든도 딸과 아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현장에 오지 않고 양 농장 일을 봐주기로 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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