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무선 양자암호통신 성공…후속연구는 중단 위기
KIST "해킹 불가능한 차세대 통신기술…50m 거리에서 송수신"
올해 예산 확보 실패…천문학적 돈 쏟는 중국 일본과 다른 길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무선 양자통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양자통신이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며 연구개발(R&D) 예산 투입을 미루고 있어, 후속 연구 진행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양자암호통신은 빛의 입자인 '광자'에 정보를 실어 나르는 기술이다. 신호가 무작위로 생성되고, 딱 한 번만 읽을 수 있는 등 보안성이 뛰어나 기간통신망은 물론 행정·국방·금융·의료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KANC)에서 열린 '제4차 한국과학기자협회-KIST 세미나'에서 "작년 12월 무선 양자암호통신 송·수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나노기술원 1층 실내에 송신부를 설치하고 레이저로 정보를 전달해 50m 떨어진 건물 외부 수신부에 전달했다. 국내에서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한 첫 성과다.
무선 양자암호통신은 광케이블이 없는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해, '궁극의 양자통신'으로 알려졌다. 50m 정도의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우리나라도 무선 양자통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본 기술을 갖췄음을 보여준 것이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의 한상욱 박사는 "앞으로 통신 거리를 늘리고, 송신부나 수신부 중 한쪽을 이동시키며 통신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런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가장 비약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곳은 중국이다. 2016년 세계 첫 양자암호통신 위성 '묵자'(墨子) 호를 발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이 위성을 이용해 베이징에서 약 7천600km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까지 대륙 간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 실제 양자암호통신이 일어난 거리는 약 1천200km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202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인 '국립 양자 정보과학 연구소'를 건설하는 데 13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역시 2022년 양자통신용 위성을 발사하고, 시험 운용을 거쳐 2027년에는 본격 운용한다는 계획을 작년 연말에 내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해 이 분야에 새로 투입되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년간 양자정보통신, 양자컴퓨터, 양자소자 센서 개발 등에 총 3천40억원을 투입한다는 R&D 계획을 작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올해 예산 확보에는 실패했다.
통신 거리를 늘려가는 연구가 이어 진행돼야 하지만, 이 연구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위성을 이용한 양자통신 기술을 개발하려면 기구나 고고도 정찰기 등 이동체를 이용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 역시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도 연구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후속연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한 박사는 "거리를 늘리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기술'의 영역"이라며 "레이저 수신 장비를 갖춰야 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리소스(자원)가 투입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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