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당, 총선 공약 제시…"자녀양육 가정에 세금 감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집권 민주당이 내년 4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자녀들을 양육하는 가정에 상당액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2일 북부 볼로냐에서 100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총선 공약을 공개했다.
렌치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른 정당들이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을 내놓은 것과 달리 민주당은 이탈리아를 위한 100개의 작지만, 구체적이고, 달성가능한 목표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공약에는 만 3세까지의 유아를 둔 가정에 매월 400 유로의 양육 수당 지급, 만 18세까지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월 240 유로, 만 26세까지는 월 80유로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소요되는 연간 비용이 약 100억 유로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렌치 전 총리는 "이런 방안은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공약인데 비해, 오성운동이 추진하는 '기본 소득'은 기업체로 하여금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고용하지 않을 구실을 주는 방안"이라고 말하며 제1야당 오성운동의 공약을 깎아내렸다.
오성운동은 빈곤 퇴치를 위해 월 780유로의 기본 소득을 도입하는 방안을 불필요한 법안 400개의 폐지, 연급 수급 연령을 상향한 2012년 연급 개혁안 완화 등을 총선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민주당이 이날 선보인 공약에는 기업 부담을 줄여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법인세를 현행 24%에서 22%로 낮추고, 기업체들의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 기여금을 현행 33%에서 29%로 하향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구체적인 액수를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최저 임금을 도입하겠다는 조항도 삽입됐다.
아울러, 현재 매월 약 500유로 수준인 연금 최저 수령액을 최소 20년 이상 연금기여금을 납부한 조건 아래 750유로로 올리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밖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국가 부채를 향후 10년 간 100% 수준으로 낮추고,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유지할 것을 규정한 유럽연합(EU)의 지침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탈세를 적극 단속해 300억 유로의 세수를 더 걷어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렌치 전 총리는 또 EU에 적대적인 다른 주요 정당과는 달리 EU를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EU의 변화를 위해 유로존 재정 조달을 위한 공동 채권 발행, 유럽 주민들의 직접 투표를 통한 EU 집행위원장 선출, 난민 수용에 미온적인 헝가리, 폴란드 등에 대한 EU 지원금 중단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렌치 전 총리의 독선적 리더십에 반기를 든 인사들의 탈당으로 좌파 진영이 분열된 탓에 지지율이 23% 안팎에 머물고 있어 총선 참패가 점쳐지고 있다.
현재 단일 정당으로는 오성운동이 지지율 2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우파연합이 합계 지지율이 37%를 넘나들고 있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파연합 역시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하한선으로 인식되는 득표율인 40%에는 못미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탈리아에서는 총선 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렌치 전 총리의 민주당이 손을 잡는 대연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FI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최소 연금 수령액을 1천유로로 올리고, 법인세는 물론 개인들의 소득세에 대해서도 23%의 일률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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