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미투' 속 대학 신입생 OT 불상사 방지 '비상'
"성희롱·음주강요 막자"…인권교육·매뉴얼 앞다퉈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현직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각계에서 '미투'(#Me Too) 바람이 일면서 새내기를 맞는 대학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2018학년도 신입생 합격자 발표를 마친 대학들은 신입생 등록이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부터 대학 새내기를 위한 오리엔테이션(OT)이나 새로 배움터(새터) 등 행사를 연다.
그동안 대학가 OT는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장기자랑이나 게임, 지나친 음주 강요 등으로 논란이 돼왔다.
특히 올해는 미투 운동까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서울의 주요 대학 총학생회 등은 불미스러운 사고를 막기 위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0∼11일 교내 인권센터와 연계해 '학생회 대표를 위한 서울대 인권학교'를 열어 인권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인권학교에서 나온 각종 내용을 담은 자료집도 만들어 새터 행사에 참가하는 신입생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일부 단과대에서는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 릴레이 선언에는 수의과대학·자연대·약학대 등 단과대가 동참했다.
이 선언은 신입생 대상 행사에서 학번이나 성별로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성희롱·성추행 발생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목적도 있다.
고려대 양성평등센터는 오는 5일 교내 인촌 기념관에서 열리는 '미리 배움터' 행사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한다.
이와 별도로 고대 총학생회도 새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단과대 대표들을 모아 성·인권·안전 교육을 마련한다.
최근 몇 년간 신입생 OT에서 성추행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건국대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성희롱 예방과 안전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2016년 이 대학의 한 단과대는 OT에서 유사 성행위를 묘사한 성희롱성 게임을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OT를 준비하던 중 같은 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남학생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매년 발생하는 성 관련 문제, 안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건국대만의 매뉴얼을 완성해 행사 진행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OT와 관련한 일회성 교육과 선언만으로는 반복되는 성희롱·성추행 논란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원치 않는 신체 접촉, 성희롱 등은 특정 집단·특정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회성 교육에 그칠 것이 아니라 매 학기 성평등 교육 등과 연계한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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