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 공격에도 핵보복 천명한 미국…'핵 선제사용' 우려·비판
핵태세 보고서 "러시아 맞설 SLBM용 저강도핵무기 등 개발 추진"
"러시아, 대륙간 핵어뢰 개발" 첫 공개…전문가들은 '핵 확대'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는 미국이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고, 러시아 등에 맞설 새로운 저강도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NPR을 통해 미국이 중대한 재래식 비핵 공격의 대상이 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적으로부터 핵 공격을 당하지 않더라도 먼저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의미 있는 비핵 전략 공격"을 포함한 "극단적인 상황"에만 미국과 동맹국 보호를 위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미국의 핵무기 대응으로 이어질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적국의 사이버 공격이나 세균 무기 공격에 대해 핵 보복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이란, 중국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도 특히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처 입장을 표명했다.
보고서는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그들의 현대 지정학적 야망에 대한 주요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DIA)은 러시아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중력탄 등 비전략 핵무기 2천 대를 비축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보고서는 러시아가 "새로운 대륙간·핵무장·핵동력 수중 어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발표했다.
영어로 '스테이터스-6'으로 알려진 이 무기는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드론 형태 장치로, 수천 마일을 이동해 미국 해안에 있는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해상 기반 핵무기인 저강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미국이 "적의 방어를 뚫고 침투할 수 있는" SLBM에 장착할 저강도 핵탄두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새로운 '저강도' 미사일 계획과 사이버 공격 등에 맞서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제안이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우려스러운 지적을 내놓고 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WSJ 인터뷰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핵무기의 확대된 역할에 관한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참여과학자모임(USC) 세계 안보 프로그램의 선임 과학자 리즈베스 그론룬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한 길에 오르고 있다"며 보고서가 "핵 전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핵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에 중점을 뒀다"고 CNBC에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 이런 결정이 다른 나라의 핵무기 개발 레이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면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0년간 핵무기 역할과 수를 줄이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다른 핵보유국들은 (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중요성을 키웠다"라며 "다른 나라를 위협하려고 새로운 핵전력 개발을 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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