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받고 2천억 재단 만든다던 건설사들 "매년 30억 내겠다"

입력 2018-02-04 07:01
특사 받고 2천억 재단 만든다던 건설사들 "매년 30억 내겠다"

국회 국토위 "국민과 약속 성실히 이행하라" 강력 촉구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2천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설립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받은 건설사들이 최근 국회에 매년 30억원씩 재단에 출연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당초 약속한 금액을 맞추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어서 국회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4일 건설업계와 국회,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업계를 대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건설공익재단 출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건설사들이 건설공제회에서 받는 배당수익 중 일부를 모아 연 30억원 규모로 만들어 출연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72개 건설사는 4대강 사업 담합이 적발돼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를 받았다가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자 자정 결의와 함께 연내 2천억원 규모의 건설공익재단 설립을 약속했다.

당시 재단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으나 그해 말까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각 10억원을 내는 등 총 모금액은 47억원에 불과했다.

2016년 7월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건설사들은 국토부에 기금 출연 이행계획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해 8월 삼보종합건설이 1천만원을 내고 작년 7월 한국감정원과 토지주택공사가 각 500만원씩 내는 데 그쳐 증가한 모금액은 2천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작년 국감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 등 5개 건설사의 사장들을 불러내 기금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를 추궁했다.

이들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거나 경기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확답을 피해갔다.

이후 국회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건설업계가 내놓은 것이 연 30억원 출연 계획이다.

이를 보고받은 여야 국토교통위 간사단은 난색을 보이며 기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원욱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특별사면을 받지 못했으면 수주하지 못했을 관급공사 물량으로 그동안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며 "사면받을 때 자정 결의와 함께 국민에 했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의 자발적 약속이었으니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으나,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건설산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문제도 있으니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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