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운전 잡은 뉴질랜드 경찰, 비용 대주며 면허증 따게 해

입력 2018-02-03 10:25
무면허 운전 잡은 뉴질랜드 경찰, 비용 대주며 면허증 따게 해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무면허 운전을 잡은 교통경찰이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운전자에게 돈까지 대주며 면허증을 따게 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교통경찰 닐 윌리엄스 경사는 지난달 해밀턴에서 자신이 이전에 몰수 조처를 내렸던 차량을 발견하고 이 차를 운전하는 여성에게 도로변에 차를 세우도록 지시했다.

차를 세운 여성 운전자는 조사에 응했으나 조회 결과 그의 진술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체포됐다.

그는 조사 결과 8년 전 운전하다 면허가 정지됐으나 읽기와 쓰기가 제대로 안 돼 그 이후 운전면허 시험을 다시 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윌리엄스 경사는 "곧바로 뉴질랜드교통국에 전화를 걸어 그가 면허증을 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면허 시험을 볼 때 문제 읽어주는 사람을 대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성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문제 읽어주는 사람이 돼주겠다고 그 자리에서 제안했다.

그리고 뉴질랜드교통국 앱을 소개해주면서 면허 시험을 다시 보라고 권유했다. 이에 따라 여성은 자기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운전면허 이론을 공부했다.

드디어 여성은 지난 31일 윌리엄스 경사를 문제 읽어주는 사람으로 대동하고 이론 시험을 보았다.

윌리엄스 경사는 "그날 근무를 바꾸고 시험장에 갔다"며 하지만 35문제 중 32개 이상 맞혀야 합격할 수 있는 시험에서 31개를 맞히는 바람에 단 한 문제 차이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이 시험을 다시 보아야 하는데 응시료를 낼 수 없는 처지여서 두 번째 시험 응시료는 자신이 부담했다며 이번에 못하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밀어붙였는데 여유 있게 시험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경사는 그 즉시 여성을 해밀턴 센트럴 경찰서로 데리고 가서 몰수된 차량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반환 청구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과거에 법정에 서기도 했던 이 여성은 운전면허 정지 기간에 운전하고 허위 진술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 경사는 이번 일이 여성에게 좋은 경험이 돼 앞으로 계속 옳은 방향으로 나가게 되기를 바란다며 경찰이 하는 다른 일과 비교하면 사소할 수 있지만, 이것도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여성은 면허증을 다시 발급받기 위해 내주 시행되는 실기시험도 신청했다며 "그가 정말 고마웠다. 꼭 껴안아주었는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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