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아마존이 개발한 업무효율 증진 전자팔찌에 거센 반발
정치권·노조, 실제 적용 가능성에 우려 표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 증진을 위해 전자 팔찌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이 이 같은 전자 장치를 개발해 물류 창고 종사자들에게 적용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지자 이탈리아의 정치권과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장치가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근무 여건을 훼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긱와이어는 아마존이 최근 초음파 진동을 통해 물류창고 근무자들에게 물건의 위치를 안내해주는 팔찌형 전자 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탈리아 거대 노조인 UIL의 카르멜로 바르바갈로 대표는 "이런 장치는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대형 노조인 CISL의 안나마리아 푸를란은 "일자리는 존엄해야 하며, 각 노동자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도 이념과 상관없이 한 목소리로 비판에 가세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팔찌를 차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당(FDI)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는 "아마존의 장치는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고, 중도좌파 정당 자유평등당(LEU)의 피에트로 그라쏘 대표는 "끔찍한 SF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고 논평했다.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아마존은 "이탈리아의 법규를 존중하고 있으며, 이 제품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탈리아에서 약 4천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미 작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직전에 임금 인상과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현지 근로자들의 파업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아마존 배송 센터가 있는 피아첸차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아마존이 이탈리아에서 급격히 성장했으나, 이익을 노동자들과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건강에 손상을 줄 만큼의 강도 높은 육체 노동에 처해 있다며 교대 근무 보장과 야근 축소 등도 함께 요구했다.
한편, 아마존은 지난해 마지막 분기(10∼12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605억 달러, 순이익은 시장의 예상치를 두 배 웃도는 주당 3.75달러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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