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발병 브루셀라 절반 차지…옥천 왜 '한우의 무덤' 됐나

입력 2018-02-04 08:20
전국 발병 브루셀라 절반 차지…옥천 왜 '한우의 무덤' 됐나

1년새 276마리 살처분…꼬리무는데도 쉬쉬, 1회 채혈검사가 전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부랴부랴 검사·방역 강화 대책 '뒷북'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에서 소 성병의 일종인 브루셀라병이 창궐하고 있다. 작년 1월 이후 농장 10곳에서 발병해 한우 276마리가 살처분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서 집계한 이 기간 전국의 브루셀라병 감염 소가 607마리(67농가)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발생량의 45.5%가 이 지역에서 쏟아져 나왔다.

옥천은 축산업 비중이 높지 않은 곳이다. 소의 경우 충북의 8.6%인 1만6천마리, 돼지는 2.9%인 1만9천마리가 사육된다.

이런 곳에서 한 달 한 번꼴로 브루셀라 발생이 되풀이되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높다. 당국도 꼬리 무는 발병 신고에 병원균이 어디로 튈지 몰라 '멘붕'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2013년 4월을 마지막으로 4년 가까이 이 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1월 12월 옥천읍 서대리 농장 2곳에서 73마리가 한꺼번에 발병한 뒤 1년 넘게 숨바꼭질하듯이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예방 차원의 도태(도축)까지 합치면 이 기간 소 529마리가 죽음을 맞았다. 군청에서 내준 보상금만 16억5천만원에 달한다.

브루셀라병 확산 원인은 허술한 방역 때문이다. 축산분뇨 수거차량이 여러 농장을 휘젓고 다니면서 병원균을 퍼트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상황에도 방역당국은 1차례 채혈검사를 하는 선에서 안일하게 대처했다. 추가 발생이 이어져도 쉬쉬하면서 상황을 숨기기 급급했다. 병원균 전파가 우려되는 바로 옆 농장이라도 역학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관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방역망이 헐렁했다.

이러는 사이 발생 지역은 4개 읍·면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감염 소와 같은 농장에서 사육되던 23마리가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심각성을 인식한 당국은 뒤늦게 강화된 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3월 한 살 이상 된 암소 전체(9천200여마리)를 채혈해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한 뒤 발생 농장이 몰려 있는 옥천읍에 대해서는 9월 2차 채혈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 병 잠복기가 6개월인 점을 고려해 혹시 모를 잠복 사례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군은 1억2천만원의 검사비를 확보해뒀다.

발생 농장이 6개월간의 이동제한을 거쳐 다시 송아지를 들일 때도 반드시 소독 등 점검을 받게 하고, 발생 정보는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박종명 옥천군청 친환경농축산과장은 "브루셀라병이 종식될 때까지 촘촘한 방역망을 유지하면서 축산농민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축산농가 피해 등을 우려해 음성적으로 대응한 면이 있는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2007년까지 한 해 1만마리 넘는 소가 이 병에 걸렸다. 그러나 2008년 검사대상이 확대되고, 도축이나 거래 때 검사 증명서 첨부가 의무화되면서 감염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전국 발병률은 0.04%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소·돼지에 주로 발생하는 브루셀라병은 태막파열이나 고환염 등을 일으킨다.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전파가 빠르고 재발이 잘 돼 감염되면 무조건 살처분해야 한다.

이 병은 사람한테도 옮겨져 발열·피로·관절통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