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입장과 상관없이 대북관여정책 추구해야"
파르도 브뤼셀자유대학 한국석좌, 언론기고서 주장
"EU, 국제사회ㆍ북한간 외교적 교섭 촉매 역할 가능"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국제사회와 북한 김정은 체제 간 외교적 교섭을 촉진하는 이상적인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EU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상관없이 북한에 대한 관여(engagement)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2일 제기됐다.
유럽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브뤼셀자유대학(VUB)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석좌는 2일 EU 전문 온라인 매체인 '유랙티브닷컴'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파르도 석좌는 먼저 EU의 대북정책인 '비판적 관여(Critical Engagement) 정책'에 대해 대화ㆍ외교관계ㆍ대북지원이라는 '당근'과, 제재라는 '채찍'을 병행함으로써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EU에 지렛대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EU의 비판적 관여정책이 한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아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해 나가면서 EU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EU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이 핵 비확산체제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유럽과 가까운 중동지역으로 핵기술과 대량파괴무기(WMD)를 판매하고 있어 이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며 EU가 북한의 행동과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로 내세웠다.
EU가 새로운 외교노선으로 내세우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ㆍ아시아 중시정책)'를 위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해 EU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안보문제를 외면한 채 무역과 투자만 강조해서는 이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EU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면서 따라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 EU의 우선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르도 석좌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EU의 구체적인 대응과 관련, EU는 북한에 제재를 부과하고 북한의 무기와 핵기술 전파를 강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북한의 WMD 확산을 감소시키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 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수단이 북한과의 협상이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에서 EU의 중요성은 명확해진다며 EU는 국제사회가 북한 김정은 체제와 외교적 교섭을 돕는 이상적인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EU 중재자론' 또는 'EU 촉매론'에 해당하는 주장이다.
그는 EU 회원국 가운데 대부분 국가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몇몇 회원국은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 대화ㆍ교류하고 있고, 대북지원을 계속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EU는 다른 국가들은 갖지 못한 북한과의 외교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고, 경제관계가 개선되면 유럽 기업들이 섬유나 의류, 관광분야 등 북한당국이 타깃으로 삼는 분야의 개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EU가 북한 문제에 관여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사업이었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EU도 참여를 요청받게 될 것이라며 EU의 경제적 영향력이 북한과의 경제적 관여에서도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따라서 EU는 대북 비판적 관여정책에서 관여적 요소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파르도 석좌는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인증을 꺼렸던 이란 핵 합의에 대해 EU가 미국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는 행동을 했던 것처럼 워싱턴의 입장과 상관없이 대북 관여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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