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2차 피해' 노출…외모 평가·근거없는 의혹 난무
서 검사 측 "심각성 인지…문화 전반 바꾸는 문제해결 모색"
"성폭력, 성차별적 사회구조서 기인…남성 인식 대전환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서지현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서 검사의 외모를 거론하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게시물이 온라인에 잇따르고 있다.
근거 없는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글까지 넘쳐나는 가운데 서 검사 측은 아직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성차별이 만연한 탓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린다고 지적한다.
3일 여성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서지현'으로 검색하면 서 검사 외모에 관한 게시글이 수십개 검색됐다.
"예쁘다", "별로 안 예쁘던데 왜 건드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부 잘하게 생겼다" 등 성희롱으로 간주할 만한 표현이 여럿 등장한다.
서 검사가 호남 출신인 점을 거론하거나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 회원일 것으로 추측하며 '홍어', '메갈년' 등 지역·여성차별 표현을 서슴지 않는 글도 다수 발견됐다.
일부 회원들은 "정치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현직 검찰 최고위급 간부들까지 저격하려고 나온 것 같다"는 등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검사가 성추행을 당한 것은 사실로 보면서도 "술집 가면 돈 몇 푼이면 다 만질 수 있는데 멀쩡한 여자한테 왜 그랬을까", "원래 낮은 직급 여자들은 성추행당해서 문제 삼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등 여성 전체를 폄훼하는 표현도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남초 성향으로 알려진 '주식 갤러리' 등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 등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성희롱·여성차별 게시글이 다수 검색됐다.
서 검사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서 검사가 온라인상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법적 대응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악성 게시글을 올린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이 사건뿐 아니라 성폭력 사건에서는 항상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바뀌는 쪽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반복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성폭력은 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성차별적 사회구조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남성들의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서 검사에 대한 성희롱이나 여성차별·혐오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유모(23)씨는 "주변에서 남자들이 서 검사를 칭찬한답시고 '미모가 있다'며 외모 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면 나쁜 의도가 아니라며 얼버무린다. 바뀌기 쉽지 않은 부분 같다"고 말했다.
SNS에서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미투(Me Too)'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남성들은 미투 대신 '서지현 검사를 응원합니다' 해시태그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조직적이고 뿌리 깊은 남성 중심 문화를 깨려면 남성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면서 "남성들이 '나도 성폭력 가해 남성을 보고 침묵한 적 있다'는 식의 미투 운동을 벌인다면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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