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조속히 매듭짓기를

입력 2018-02-02 17:06
수정 2018-02-02 20:06
[연합시론] 국회,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조속히 매듭짓기를

(서울=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방의회 선거구조차 정해지지 않아 출마 예정자들과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가 법정 시한을 두 달 가까이 넘은 시점까지 선거구 획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는 지난 1일 광역의원 정수를 포함한 지방의회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헌정특위의 여야 3당 간사들은 광역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절충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제도는 당선인 숫자가 정당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한 숫자만큼 비례대표 의원으로 충원해 전체 지지율과 의석 비율을 유사하게 맞추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도입을 주장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헌정특위 관계자는 "2월 7일 본회의에서 지방의회 선거구획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3당 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7일 본회의 의결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국회의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이 지연됨에 따라 오는 3월 2일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비롯한 지방의회 선거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광역의원 선거구와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정수를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국회는 법정 시한(작년 12월 12일)을 한참 넘기고도 아직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각 광역의회도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는 등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통합선거법에 따르면 기초의회의 총 정수는 국회가 정하지만, 기초의회 선거구는 광역의회 조례를 통해 확정하게 돼 있다.

국회가 각종 선거에 앞서 선거구 획정 시한을 넘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6년 4·13 총선에서도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선거관리에 지장을 초래했다. 특히 2014년 6·4 지방선거 때에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선관위가 기초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을 2월 21일에서 3월 2일로 연기하는 등 선거일정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방의회 출마 예정자들도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거를 준비하겠느냐"며 아우성이다.

국회는 지방의회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을 넘긴 것만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법을 만드는 기관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선거구 획정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법정 시한이 한참 지나서야 협상에 나서는 것은 정치력 부재를 떠나 책무를 방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선거 일정상의 문제뿐 아니라 선거구가 당리당략에 따라 기형적으로 조정되는 게리맨더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국회는 오는 7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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