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아진 삼성전자 4%대 급락…外人 나흘간 1조4천억 매도

입력 2018-02-02 16:38
눈높이 낮아진 삼성전자 4%대 급락…外人 나흘간 1조4천억 매도

국내외 증권사 목표주가 줄하향…전문가들 "일시적 조정"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유현민 기자 = '대장주' 삼성전자[005930]가 호재성 재료인 액면분할 결정에도 1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2일 급락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잇따라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낮춰잡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로 4% 넘게 떨어지면서 코스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26% 떨어진 238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230만원대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작년 9월 6일 이후 약 5개월만이다.

액면분할 결정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소폭 상승했던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연이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날은 장 초반부터 3%대 하락률로 떨어지다 장 막판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3.15포인트(1.68%) 떨어진 2,525.39로 밀린 채 장을 종료했다.

외국인이 이날 삼성전자 주식 4천374억원, 기관은 1천440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워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만 5천637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는 1조3천701억원, 기관은 4천318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호재로 여겨지는 액면분할 결정을 발표하고도 외국인과 기관 매도로 주가가 부진한 것은 1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은 그간 논란이 불거졌던 반도체 업황은 양호하다고 내다보고 있으나 디스플레이·모바일 부문의 전망이 예상보다 어둡다면서 목표가와 투자의견을 낮췄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전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 모멘텀이 올해 눈에 띄게 둔화하고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33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각각 내렸다.



JP모간도 아이폰X에 적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올해 디스플레이 사업부 영업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28% 내리고 목표주가를 31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 역시 부정적인 환율 상황과 기대 이하의 OLED 부문 전망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37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낮췄다.

앞서 국내 증권사들도 계절적 비수기와 아이폰X 대상 물량 감소, 원화 강세 등 부정적 요인을 들어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디스플레이패널(DP)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5조2천억원으로 종전보다 36% 낮추면서 목표주가를 325만원에서 3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메리츠종금증권과 현대차투자증권은 각각 34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내렸다.

실적 외에도 차익 실현 욕구, 액면분할 과정에서 거치는 거래정지 기간의 불확실성 등도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일시적 재료인 액면분할을 두고 기다리기 보다는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정지 시기가 4월 중순으로 1분기 실적 발표 시기와 겹치는데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조정이 일시적인 것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반도체 업황이 그간의 우려보다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가도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있지만 반도체 부문의 실적 성장세가 디스플레이 부문의 감익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 250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윤서 연구원도 "오늘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 주식이 230만원대라면 가격 자체가 상승 모멘텀이 될만한 수준이어서 조만간 하락 추세를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종전대로 320만원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액면분할도 주가의 큰 흐름을 결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간 고액주식으로서의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가 해소되고 수급 측면에서 거래대금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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