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관계자·기자라고 속이고'…올림픽 표 '먹튀 사기' 기승
쇼트트랙 등 인기종목 표 노려…1건당 피해 금액 20만원∼200만원 달해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에 20여건 접수…경찰 "사기피해신고 이력 확인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용지수 인턴기자 = 인천에 사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친한 일본 지인이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 경기를 보고 싶다고 해 티켓을 구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높아져 이미 표가 다 팔린 터라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하려다 사기꾼에게 속은 것이다.
평소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거래에 익숙지 않은 그가 급한 마음에 표를 사겠다는 글을 올리자 5분도 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팔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들은 자신을 유명 방송국 기자, 각종 스포츠협회 관계자, 올림픽유치위원회 가족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직업과 실명이 나와 있는 명함, SNS 프로필, 올림픽관계자인 것처럼 보이는 사진 등을 보내며 믿게 했다.
한 판매자는 주민등록증까지 사진을 찍어 보내며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대부분은 "표 구하기가 쉬워 용돈 벌이로 1만∼2만원만 더 받고 팔고 있다"고 판매이유를 설명했다.
정가로 6만원인 A석 표를 웃돈을 붙여 13만원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이도 있었다.
고민 끝에 정가에 팔겠다는 자칭 '방송국 기자'에게 속은 이씨가 돈을 보내자 "금방 보내주겠다", "종이 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모바일 표를 보내주겠다", "사무실 서버가 불안정하다"며 핑계를 둘러대던 사기꾼은 결국 연락을 끊었다.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서 판매자에게 받은 계좌와 연락처를 입력하자 상습사기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씨는 "인터넷에 이렇게 많은 사기꾼이 있는지 몰랐다"며 자신을 책망하며 후회했고, 올림픽 경기를 보려던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임박하면서 최근 각종 경기 표를 미끼로 사기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더치트에서 '평창'과 '올림픽'으로 검색한 결과 지난달부터 3일 현재까지 표 판매 사기가 16건이 나왔다. 패딩이나 기념화폐 등을 합하면 22건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 '중고나라'의 불량거래 후기 게시판에도 올림픽 관련 사기 글이 6개나 있었다.
'저도 당했습니다'는 댓글이 여러 개 달린 것으로 보아 신고되지 않는 피해와 경찰에 신고한 피해까지 합하면 사기범죄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12월에는 평창 롱패딩을 이용한 사기가 줄을 이었다면 최근에는 쇼트트랙,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이미 표가 동난 인기 종목 표를 미끼로 한 사기범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피해 금액도 적게는 2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200만원에 달했다.
사기꾼들은 직접 판매 글을 올리거나 구매 글에 댓글을 달아 선입금만 챙긴 뒤 표를 보내지 않고 연락을 끊는 수법으로 피해자 등을 쳤다.
특히 한 사기꾼은 8건이나 사기를 쳐 누적 피해 금액이 400만원이 넘어 피해자들이 온라인에서 "콩밥을 먹이자"며 집단 고소 움직임을 보인다.
이 사기꾼에게 피해를 봤다는 한 누리꾼은 "자식들과 평생에 한 번 있을 축제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거래했다 낭패를 봤다"며 "축제를 즐기려는 마음을 무참히 밟아버린 것이 너무나도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동계올림픽을 악용한 사이버범죄 피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은 인터넷 사기 피해예방 수칙으로 상품대금을 현금결제(계좌이체)로만 유도하는 경우 거래에 주의하고, 소액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가급적 안전결제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거래 전 반드시 '사이버캅' 앱을 통해 판매자 전화와 계좌번호에 대한 사기피해신고 이력을 확인하고, 가급적 직접 만나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물건값을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직거래 시 물건 상태가 확인 가능한 낮에 사람 왕래가 잦은 공공장소에서 만나거나 부득이 택배거래 시에는 판매자 관련 정보를 최대한 확인하고, 판매자가 보내주는 안전결제사이트 링크도 정확한지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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