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사 "그리스-마케도니아 국명 분쟁, 수개월 내 해결 가능"
양국 방문 뒤 낙관적 전망 피력…그리스·마케도니아에선 항의시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둘러싸고 27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발칸반도의 이웃나라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국명 분쟁이 수 개월 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두 나라를 중재하고 있는 유엔 특사가 예상했다.
매튜 니메츠 유엔 특사는 1일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양국 모두 국명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의욕적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니메츠 특사는 지난 30일 그리스를 방문, 그리스 정부에 마케도니아와의 국명 분쟁을 조속히 종결할 것을 촉구한 뒤 이날은 스코페를 찾아 마케도니아 측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분쟁 해소 전망에)매우 낙관적"이라며 "기회의 창이 열렸고, 조속히 (협상을)진행한다면 향후 2∼3개월 안에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불확실하다. 현 시점에 (국명 협상에)진전을 보지 못하면 내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양측 모두를 위해 빠른 타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마케도니아의 이름을 둘러싸고 외교 분쟁을 지속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그리스 역사의 손꼽히는 위인 중 한 명인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소유권을 시사한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 왔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2008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턱에서 좌절했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앙숙 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는 작년 5월 마케도니아의 새 총리로 취임한 개혁 성향의 조란 자에브 총리가 그리스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것을 계기로 화해를 위한 돌파구가 열렸고, 양측은 니메츠 유엔 특사가 최근 제시한 중재안에 따라 고위급 협상을 시작했다.
니메츠 특사가 제시한 5개의 중재안에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에 지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노던'(northern), '어퍼'(upper), '뉴'(new) 등의 형용사를 붙이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 상당수는 이웃 나라의 새 이름에 그리스 민족의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된 마케도니아라는 지명이 포함되는 한 어떤 타협안에도 반대한다며 지난 21일 마케도니아 주의 주도 테살로니키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오는 4일에도 대형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마케도니아 주민 200명 역시 이날 니메츠 특사와 정부 관료들 간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시내에서 국명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항의 시위를 펼쳤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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