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4차 산업혁명] ② 스마트폰 하나로 5천㎡ 농장관리 끝
스마트 팜 농부의 삶 "환상적"…생산량·품질 향상, 외출도 언제든 OK
온실 지붕 여는데 최대 1시간 30분이 걸리던 게 지금은 5분이면 충분
"보급 확대하려면 설치비 지원·시스템 개선 필요"
(화성=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처음에는 스마트 팜이 무언지 몰라 무조건 설치를 안 하겠다고 했어요. 정말 후회 많이 할 뻔했죠"
진대희(60)씨는 맛좋은 포도로 유명한 경기 화성시 송산면 상신리에서 30년째 아내 김종분(47)씨와 함께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농부다.
10년가량 노지에서 포도를 재배하다가 하우스 농사로 전환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평생 전통적인 방식의 농사법으로 포도를 키워온 진씨는 '스마트 팜'을 만나고 나서 농부로서 180도 확 바뀐 삶을 만끽하고 있다.
2016년 7월 농촌진흥청 지원을 받아 4천958㎡ 규모 포도농장에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부터다.
◇ "스마트 팜 만나 삶이 180도 바뀌었어요"
스마트 팜은 기존 농축산업 생육방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지능화한 농장을 말한다.
진씨는 2천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포도농장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비롯해 ICT 기기를 설치했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권유로 스마트 팜을 도입하긴 했지만, 센서와 카메라 같은 기계장치가 얼마나 농사에 도움을 줄지 반신반의했다.
의구심이 감탄으로 바뀌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 하나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내 농장을 관리할 수 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환상적인 변화였다"면서 "스마트 팜이 저와 제 아내 일손을 엄청나게 덜어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신기하고 좋은지 보여주겠다"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스마트 팜 앱을 실행했다.
농장 옆 자신의 집 안방 소파에 앉은 그가 앱 '확장제어'를 누르자 포도 온실 지붕이 스르륵 열렸다. 포도 온실은 생육 적정온도(17도)를 맞추기 위해 지붕을 여닫아야 한다.
스마트 팜이 도입되기 전에는 온실 지붕을 여닫으려면 진씨와 아내 두 사람이 줄을 당기는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1천500평 온실 지붕을 모두 열려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꼬박 걸렸지만, 지금은 5분이면 끝이다. 온실 천장 개폐를 위해 진씨와 아내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농장에 남아있어야 했다. 친지 결혼식 같은 중요한 집안 행사가 있어도 부부가 함께 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음 놓고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게 됐다.
포도에 농약을 뿌리는 고된 노동도 사라졌다. 무거운 농약줄을 어깨에 메고 끌고 다니며 농약을 분무하려면 부부가 2시간 이상 꼬박 매달려야 했다. 스마트 팜은 그 시간을 25분으로 단축했다. 온실 안에 설치한 스프링클러 같은 관을 통해 농약을 살포하면서 약 농도와 살포시간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과 양분도 모두 이 관을 통해 포도나무에 공급한다.
포도가 자라는 모습과 온실 안 상황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진씨 부부는 "스마트 팜이 우리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정말 획기적으로 줄여줬다"며 "요즘처럼 농민 연령이 높아지는 시기에 스마트 팜만 도입하면 누구나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 "포도나무마다 특등급 포도가 주렁주렁"
스마트 팜은 부부 일손만 덜어준 것이 아니라 포도 생산량 증대와 품질향상도 가져다줬다.
스마트 팜을 도입하기 전 판매용 3㎏ 포장 상자를 채우려면 포도 10송이가 들어가야 했는데, 지금은 6∼7송이만 넣어도 충분하다. 1송이에 50∼60개가 달리던 알이 지금은 70∼90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포도 알도 크기가 균일해지고 당도도 좋아지면서 특품비율이 스마트 팜 도입 전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첫 수확을 한 지난해 7월 3일에는 포도 당도가 18브릭스가 나왔다. 진씨는 포도농사 30년 동안 가장 높은 당도의 포도라고 했다. 보통 달다고 느끼는 포도 당도는 13∼14브릭스다.
포도 품질과 생산량이 증대한 이유에 대해 진씨 부부는 스마트 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도가 생육하는데 최적 조건으로 물과 습도, 영양분, 햇빛, 바람을 조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씨 사례는 식물 생육 시기별 최적 환경관리와 양분·수분관리를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생육모델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향상하자는 정부의 스마트 팜 확산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스마트 팜 도입 농가를 분석한 결과, 도입 이전과 비교해 총수입은 31% 늘었고, 평균 생산량은 25% 증가했다.
◇ "과도한 초기 비용이 문제…네트워크 시스템 개선도 필요"
올해 스마트 팜 3년 차를 맞은 진씨는 자신의 나머지 온실 1천 평(3천305㎡)에도 스마트 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는 스마트 팜 확대를 위해서는 설치비 지원과 시스템 안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 팜 효과가 정말 좋기는 하지만, 수천만원이 드는 설치비를 모두 농가가 부담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정부와 농가가 절반씩 나눠 내면 좋겠다"면서 "그러면 스마트 팜을 농촌에 확대 보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팜 운용 네트워크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진씨는 "가끔 스마트 팜 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시스템에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무선 접속이 원활히 이뤄져야 안심하고 포도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올해 시비 1억4천만원을 들여 관내 7개 포도 농가에 '비가림시설 스마트 팜'을 보급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 팜 보급 확대를 위해 300만원 수준의 농가 보급형 스마트 팜 장비를 개발 중이다.
화성시 농업기술센터 포도명품화사업소 최재연 주무관은 "스마트 팜은 노동력 절감과 농업 편의성 증대가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앞으로 스마트 팜에서 관리하는 농작물 생육 정보가 데이터로 집약되면 작물 수량이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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