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괴롭히는 건 이해가 안가요"…'마더'가 발견한 허율
데뷔작서 학대 받는 소녀 혜나로 주목…400 대 1 뚫고 캐스팅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성인 배우 뺨치는 아역 배우들이 즐비한 세상이지만, 늘 새로운 스타는 또다시 탄생한다.
이번에는 허율(9)이다.
tvN 수목극 '마더'에서 학대 받는 소녀 혜나를 연기하고 있는 허율은 이번이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혜나는 어리광부리는 귀여운 꼬마가 아니다. 철부지 싱글맘이 학대·방치하고, 싱글맘의 전과자 애인으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며 몸은 물론, 영혼에 피멍이 든 8살짜리다.
허율은 2일 인터뷰에서 "무서운 장면들이 촬영장에서는 놀이처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혜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가슴이 아프지만, 배우 허율은 연기를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촌이 괴롭히는 것은 이해가 안가요"라는 답이 뒤따랐다. '삼촌'은 혜나 엄마의 애인이다.
'마더'의 김철규 PD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혜나 역에 대해 "천사 같은 천진난만함, 가끔씩은 성인보다 더 어른스럽고 속이 깊은 친구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지만 엄마가 방치한 혜나는 학교에서도 왕따 신세가 된다. 아이들은 '냄새가 난다'며 혜나를 괴롭힌다. 부모는 물론, 친구들에게서도 버림받은 혜나는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가고 체념과 포기가 체화된 속에서 놀랍도록 단단한 모습도 보여준다. 어려운 역할이다
김 PD는 "말이 쉽지 이런 상반된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혜나를 캐스팅하기 위해 400여 명의 친구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허율은 그러한 4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김 PD는 "율이는 보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형처럼 예쁜 스타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사연있고 생각이 많은 모습이라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율은 연기학원에 다니고 있던 중 오디션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지원했다.
"5살 때 텔레비전을 보다가 나도 TV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마더'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대본 양이 많았지만 자꾸자꾸 읽다보니 대사들이 잘 외워졌어요."
그래도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울 수 있을 텐데 허율은 씩씩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어 재미있어요. 촬영장에서 혜나로, 윤복이로 지내는 게 재미있어요. 강릉 산 속 신에서는 날씨가 무척 추워 손과 얼굴이 많이 시려웠지만 다행히 촬영이 금방 끝났어요."
'윤복'이는 혜나가 '가짜 엄마' 수진(이보영 분)을 따라 나서면서 얻게 되는 이름이다. 수진은 임시 담임 교사로 혜나와 인연을 맺었다가 혜나가 처한 상황을 접하고는 분노와 연민에 휩싸여 혜나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
허율은 '가짜 엄마' 이보영에 대해 "이보영 엄마랑 연기하는 게 아주 좋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도 모르는 것들을 잘 가르쳐 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세요."
혜나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노트에 적고 기억하며 아픔을 홀로 달랬다. 허율이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여러 사람들이 선물해준 인형들, 헤드셋으로 음악듣기, 여러 책들, 유치원 이조은 선생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양한 종류의 아동 학대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 '마더'의 이야기는 결코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
9살 소녀 허율은 자신이 연기하는 혜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수진 엄마랑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는지 묻고 싶어요. 율이가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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