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성추행 폭로 여검사와 법무부의 '진실공방' 볼썽사납다
(서울=연합뉴스)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검찰 간부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단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필두로 성폭력수사 전문가인 박현주 수원지검 부장검사 등 6명의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조희진 단장은 "여성아동조사 부분에 많은 경험을 쌓은 검사들과 감찰 경력이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면서 "검사로서,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서 검사가 폭로한 의혹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니셜로 언급된 다른 성희롱, 성추행 사례도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단의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됐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검찰 내 다양한 성 추문 의혹을 규명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서 검사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성추행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여성 검사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성추행이 벌어진 상가에 있었다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도 필요할 경우 조사해야 한다.
서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에 앞서 지난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면담요청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법무부 간부를 면담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으나 법무부가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서 검사의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JTBC에 출연해 "서 검사가 박 장관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이후 박 장관의 진상파악 지시가 내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박 장관은 서 검사로부터 이메일로 면담요청을 받고, 법무부 담당자에게 면담을 지시했다"면서"담당자는 서 검사로부터 성추행 비위와 이후 인사 관련 불이익에 대한 호소를 들었으나 관련자의 퇴직, 고소 기간 등 법률상의 제한 등으로 제재가 어려운 상황인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부당한 인사 조처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서 검사 측은 박 장관 등 법무부 관계자한테 성추행 피해 사실 등 고충을 호소했지만 법무부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법무부는 면담을 통해 피해 호소를 청취한 뒤 고소 시한이 지나 처벌이 힘든 성추행 사건은 제외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등 나름대로 조치를 했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박 장관이 서 검사의 이메일을 직접 읽고 답했다는 김 변호사의 방송 인터뷰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다가 이를 번복했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만큼 철저히 조사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조사단은 검찰 자체조사만으로 전·현직 검사들이 관련된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한 듯 조사단 위에 외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다양한 권고나 건의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과연 조사단이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까지 조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나온다. 조희진 단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귀남 전 장관과 박상기 장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소환에 응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입증에 필요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법무·검찰개혁위는 전날 검찰 '셀프조사'의 한계를 고려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발족을 권고했다. 검찰은 이제라도 '셀프조사' 방침을 재고하고, 외부인사를 포함해 새롭게 조사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서 검사가 성추행 의혹 폭로 이후 자신의 근무 태도와 업무능력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 유포되고 있다면서 대책을 요청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켜보는 국민의 눈을 생각해 이런 부분도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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